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댓글·트위터 사건을 조사중인 국방부가 사령부 본부를 압수수색한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사령부 현관에서 한 사병이 출입을 막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정원, 사이버사에 심리전 지침
군 관계자 증언으로 본 조직적 활동
군 관계자 증언으로 본 조직적 활동
국방부는 국군 사이버사령부(군 사이버사) 소속 요원들의 정치개입 댓글·트위터 활동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왔다. 국가정보원과 연계가 없는 것은 물론, 군의 조직적 활동이 아니었으며 군 지휘부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사의 심리전 활동이 국정원 지침에 따라 이뤄졌고, 그 활동 결과가 일일보고서 형태로 군 지휘부에 보고됐다는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들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군 사이버사에서 직접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와 국정원의 지금까지의 해명은 거짓이 되며,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 530단 요원들의 정치개입성 댓글·트위터 활동까지 총괄 지휘·통제해온 정황도 사실임이 입증된다.
국정원 흔적 안남기는 구두지침
‘업무협조’라는 이름의 문서
530단장·핵심간부가 전달받아
200여명이 팀별로 여론전
여당 후보 편들고 야당 헐뜯어 ■ ‘업무협조’라는 이름의 국정원 지침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에 내린 지침 가운데 민감한 내용은 공식 문서 형태가 아니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구두 지침이나 작전사항이라 판단하기 힘든 동영상 및 제작물 배포 요구 등이었다. 문서로 전달되는 경우에는 ‘업무협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군 내부의 기안문서와 형태가 다른 ‘비정형 심리전 지침’들은 사이버사 예하 심리전 부대인 530단장과 핵심 간부가 전달받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전달사항은 얼핏 보기에 단순한 업무협조로 보이지만, 그에 따라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엄연한 작전계획이자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 지침이 내려오면 530단은 4~5명으로 구성되는 팀별로 구체적인 업무를 할당했다. 각 팀에 소속된 530단 요원들은 다음날 사령관이 주재하는 회의 때까지 지침의 방향에 따라 주야 24시간 동안 인터넷상에서 여론전을 폈다. 이들은 스스로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는 ‘사이버 전장의 실전부대 요원’으로 여겼지만, 실제 활동은 여당과 여당 후보를 편들고 야당과 야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내용에 집중됐다. 국가 예산과 인력이 정치여론 조작과 야당 비판에 불법적으로 투입된 엄연한 정치개입 범죄였다. 국정원은 군 사이버사에 월간, 연간 단위로 활동 지침을 내린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관련 법규에 따른 합법적 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정원 지침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침 자체를 부정했다. ■ ‘블랙북’에 담긴 활동결과 보고서 군 사이버사에서는 심리전단 활동 결과를 ‘사업결과보고’라는 이름을 붙여 ‘블랙북’에 담아 장관에게 날마다 보고했다. “매일 새벽 군 사이버사령부 510단이 위치한 탑다이스(지휘부 회의실)에서 510단장(사이버 방호·관제부대), 530단장(심리전부대)이 모여 장관에게 보낼 사이버사령부의 보고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심리전과 관련한 내용은 510단장이 빠진 뒤 사령관과 530단장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전날 심리전 실행 결과와 함께 시행지침 등을 검사하고, 특이사항으로 국정원에서 따로 협조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는지를 사이버사령관이 확인한다.” 군 사이버사 사정에 밝은 한 국방부 관계자의 얘기다.
이런 과정을 거쳐 530단의 활동 결과는 ‘○○사업 결과보고’라는 제목의 문서에 담긴다. 보고서 주요 항목은 △전일 작업 결과 보고 △실시 및 예정사항 △특이사항(기타사항)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내려온) 그날의 새로운 지침은 ‘실시 및 예정사항’에 담기며 특이사항에는 국정원에서 주요하게 홍보전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내려보낸 동영상이나 포스터 등을 기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보고서에 국정원이라는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 언뜻 보면 일반적인 사업보고서로 읽힌다”고 말했다.
사이버 심리전의 결과를 기밀사항으로 취급해 최고 책임자에게 직보하는 보고 방식은 2010년 군 사이버사가 출범하기 이전 사이버 심리전 담당 부서가 합참 작전본부 산하에 있을 때부터 비롯했다. 사이버 심리전 활동 결과를 담당 부서장이 작전본부장과 합참의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그때도 보고서는 ‘블랙북’의 형태였고, 내용은 극비였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군 사이버사의 ‘블백북 보고’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블랙북은 작업 결과를 담았다기보다 사이버상의 동향을 담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블랙북은 장관에게 보고됐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서에도 업무에 참고하라고 돌렸다”고 말했다.
■ 댓글·트위터 작업성과는 계량화된 수치로 530단 안에는 4~5명으로 구성된 팀 10여개가 있었으며, 이들은 담당하는 인터넷 공간에 따라 국내와 국외 파트로 나뉘었다. 530단은 대부분 심리전 경력이 있는 군 간부 및 군무원으로 구성됐지만 국외 파트의 경우 번역을 담당하는 어학병사 10여명이 업무를 도왔다.
530단 요원들에게 주어진 임무의 범주는 △군통수권자 보필 △국방정책 홍보전 및 비방도 완화 △정부정책 홍보전 및 비방도 완화 등으로 분류됐다. 국정원의 지침 등에 따라 당일 수행할 심리전 주제도 크게 이 3대 범주에 따라 할당됐다. 이를테면 인터넷에서 현직 대통령을 홍보하는 댓글은 ‘군통수권자 보필’ 임무에, 4대강 홍보는 ‘정부정책 홍보전 및 비방도 완화’에 해당하는 식이었다. 요원들은 이런 식으로 업무를 나눠 인터넷 게시판, 포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른바 ‘여론작업’을 수행했다.
특정 인터넷 공간에서 수행한 활동 결과도 수치로 계량돼 활동결과보고서에 담겼다. 대통령 발언이나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던 게시판이나 에스엔에스에서 요원들이 ‘여론작업’을 펼친 이후 대통령이나 정부에 우호적인 글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수치와 그래프로 표시해 담기도 했다. ‘비방도 완화’ 항목에는 ‘비우호적 내용 ○○% 감소, 우호적 내용 ○○% 증가’ 따위의 내용이 담겼다.
김민석 대변인은 “보고서엔 온라인 동향 분석과 함께 언론동향 분석까지 담겨 있었다. 에스아이(SI)가 담긴 정보 관련 부서의 블랙북과 별도로 사이버사의 블랙북도 장관을 포함해 주요 직책(간부)에 아침마다 보고됐다. 국내 온라인 동향만 아니라 중국 등 전세계 인터넷 동향까지 (기록해) 정책 등에 참고하라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어영 정환봉 기자 haha@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198] 국정원·군이 공모한 ‘댓글 범죄’
‘업무협조’라는 이름의 문서
530단장·핵심간부가 전달받아
200여명이 팀별로 여론전
여당 후보 편들고 야당 헐뜯어 ■ ‘업무협조’라는 이름의 국정원 지침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에 내린 지침 가운데 민감한 내용은 공식 문서 형태가 아니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구두 지침이나 작전사항이라 판단하기 힘든 동영상 및 제작물 배포 요구 등이었다. 문서로 전달되는 경우에는 ‘업무협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군 내부의 기안문서와 형태가 다른 ‘비정형 심리전 지침’들은 사이버사 예하 심리전 부대인 530단장과 핵심 간부가 전달받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전달사항은 얼핏 보기에 단순한 업무협조로 보이지만, 그에 따라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엄연한 작전계획이자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 지침이 내려오면 530단은 4~5명으로 구성되는 팀별로 구체적인 업무를 할당했다. 각 팀에 소속된 530단 요원들은 다음날 사령관이 주재하는 회의 때까지 지침의 방향에 따라 주야 24시간 동안 인터넷상에서 여론전을 폈다. 이들은 스스로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는 ‘사이버 전장의 실전부대 요원’으로 여겼지만, 실제 활동은 여당과 여당 후보를 편들고 야당과 야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내용에 집중됐다. 국가 예산과 인력이 정치여론 조작과 야당 비판에 불법적으로 투입된 엄연한 정치개입 범죄였다. 국정원은 군 사이버사에 월간, 연간 단위로 활동 지침을 내린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관련 법규에 따른 합법적 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정원 지침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침 자체를 부정했다. ■ ‘블랙북’에 담긴 활동결과 보고서 군 사이버사에서는 심리전단 활동 결과를 ‘사업결과보고’라는 이름을 붙여 ‘블랙북’에 담아 장관에게 날마다 보고했다. “매일 새벽 군 사이버사령부 510단이 위치한 탑다이스(지휘부 회의실)에서 510단장(사이버 방호·관제부대), 530단장(심리전부대)이 모여 장관에게 보낼 사이버사령부의 보고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심리전과 관련한 내용은 510단장이 빠진 뒤 사령관과 530단장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전날 심리전 실행 결과와 함께 시행지침 등을 검사하고, 특이사항으로 국정원에서 따로 협조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는지를 사이버사령관이 확인한다.” 군 사이버사 사정에 밝은 한 국방부 관계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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