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신고한 ‘전세임차권’
올해 재산신고 땐 누락
“2007년 아들 집 구입에 보태” 해명
애초 허위 신고한 셈
올해 재산신고 땐 누락
“2007년 아들 집 구입에 보태” 해명
애초 허위 신고한 셈
김기춘(74)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들(48) 집에 전세를 산다는 등의 명목으로 4억5000만원을 편법 증여하고,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재산신고를 허위로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 실장은 2008년 국회공보에 자신의 집을 ㅌ법무법인에 4억5000만원에 전세 임대를 주고 자신은 아들 집에 4억5000만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다며 재산신고했으나 올해 재산신고에선 이 ‘전세임차권’을 누락했다.
김 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이던 2008년 3월 재산신고를 보면, 그는 자신이 소유한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과 경남 거제시 아파트를 모두 전세로 임대했다. 대신 자신은 2007년 평창동 본인 자택 바로 옆에 있는 아들의 단독주택에 4억5000만원을 주고 전세임차권을 얻어 살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전셋값은 ‘평창동 자택을 임대하고 받은 전세보증금 4억5000만원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1990년 김 실장에게서 증여받은 땅에 1995년 집을 지어 보유하고 있던 아들은 당시 30살에 불과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8월 대통령 비서실장 관사로 이사하기까지 아들 집에 거주했지만, 지난 7일 공개된 재산신고에는 해당 전세임차권을 제외했다. 반면 자신 소유의 평창동 단독주택과 거제시 아파트의 전세 임대 사실은 정상 신고했다.
전세임차권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한 김 비서실장의 해명이 오락가락해, 적법한 전세 임대차 계약이 실제로 맺어졌는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한겨레>의 해명 요구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애초 “아들 소유인 평창동 주택에 4억5000만원을 주고 전세 입주해 최근까지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해명 요구에 그는 “아들 가족이 2007년 5월께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전세임차해서 갔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에 보태라고 그 무렵에 임차보증금 조로 4억5000만원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아들 집에 들어가 산 것은 전세 임대차 관계가 아니라 무상 거주였다는 설명인 셈이다.
‘아들에게 보태준 돈’이라면 증여에 해당한다. 재산신고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불거지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아들에게 임차보증금 조로 주었던 4억5000만원은 그 후 2009년 7월께부터 2013년 8월께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되돌려 받았다. 지금은 (아들 집을) 무상으로 사용중이며, (관사로 이사한 이후에는) 현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입주하기 위해 빈집으로 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이 모두 맞더라도, 아들 집에 전세임차권을 얻어 살았다는 2008년 재산신고는 허위였던 셈이 된다. 공직자윤리법은 부동산에 관한 모든 소유권·지상권·전세권 등을 허위신고할 때 과태료 부과 등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현 민주당 의원은 “2008년 국회의원 시절, 평창동 아들 자택을 4억5000만원에 임대한 것으로 신고했는데 이번에 전세임차권이 없어졌다”며 “당시 전세계약서와 아들에게 지급한 전세보증금 통장 사본과 입금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 비서실장은 “전세계약서를 내라면 내겠지만 재산신고에는 아무런 틀림이 없다”고 답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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