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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국정원 덕본 것 없다”서 한발짝도 진전 없는 박대통령

등록 2013-10-28 21:32수정 2013-10-29 10:08

‘대독 담화’로 본 대통령의 인식
국정원·사이버사 등 대선 개입
결정적인 사실 추가 확인에도
‘검찰·법원서 할 일’ 요지부동
꼬인 정국 풀 기회 매번 실기
강경 반응이 상황 악화 불러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을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요지부동’이다. “덕 본 게 없다”는 박 대통령의 ‘자기중심적 인식체계’를 바꿔놓을 결정적 사실관계가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그는 매번 침묵하며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몇 박자 느리게 강경한 반응을 내놓아 야당의 저항 수위만 끌어올리는 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의혹 수준에서 출발한 국정원의 불법 행위들이 검찰 수사를 통해 ‘팩트’로 확인되고, 혐의를 입증할 수많은 증거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까지 하게 됐는데도, 대통령의 ‘덕 본 게 없으니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자기중심적 상황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2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 것도 대통령의 고착된 인식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내놓은 발언을 되짚어 보면, 사실상 ‘녹음기 틀기’에 가깝다.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14일 새누리당 후보이던 박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흘 전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나에 대한 흠집내기”로 규정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그나마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위한 정쟁 도구로 만들려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민주당을 비난하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비판적 인식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도의 발언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이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뒤에도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침묵했다. 자신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공개하며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자, 그제야 ‘국정원 자체 개혁’을 언급하며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발언했다. 속속 드러나는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정황과 이에 대한 진실규명 요구는 그에게 ‘국정 혼란을 부추기는 정쟁’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민주당의 원외투쟁, 대통령의 불통 행보를 비판하는 거센 여론에 맞닥뜨리며 오히려 단단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9월 여야 당대표와 한 3자 회담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사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속성’이 있는 만큼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현직 대통령이 최소한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당연한데도, ‘전 정권에서 한 일’이라고 방어막을 치고서 그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팀이 지난 6월 기소 당시 밝혀낸 증거보다 무려 800배나 많은 선거 개입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고, 국정원뿐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대독 담화’로 ‘댓글 정국’ 못 덮는다 [#185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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