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선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받은 자이드 국제환경상의 상금 50만달러(5억5787만원)를 자기 재산에 포함해 신고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3일 관련 브리핑에서 “개인 자격으로 (상을) 받은 것이기에 국고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퇴임 이후에 상의 제정 의미에 맞는 곳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유권해석을 전했다.
국민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의 ‘선의’를 믿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이겠지만, 선의의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공직에 있을 때 받은 상금이 개인통장에 잠시나마 들어가는 일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지우기 어렵다.
공직자가 받는 상은 비록 개인 자격일지라도 공직 수행과 관련됐거나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이드상 사무국이 지난해 이 대통령을 수상자로 정한 이유도 “녹색성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이었다. 원전 건설을 헐값에 하게 된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이 대통령에게 보답 차원에서 상을 줬다는 의심이 많지만, 어쨌건 이 대통령 개인의 사적 활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행한 정책에 대해 상을 줬다. 실제로 공직자윤리법에는 공무원이나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들이 재임 기간에 외국에서 10만원(미화 10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에는 신고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의 가족이 받은 선물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선물보다 자산가치가 훨씬 큰 상금을 공직자 개인의 처분에 맡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청와대가 설명한 ‘개인 자격 수상=개인 재산’이라는 유권해석이 통용된다면 앞으로 이익단체가 상을 명분으로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합법적으로 주는 신종 수법이 유행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퇴임 이후를 기다리지 말고 공직자의 상금은 국가 소유라는 새로운 전례를 이 대통령이 앞장서서 만들 수는 없을까?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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