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청, 법무장관 권재진·검찰총장 한상대 내정
MB, 레임덕 우려해
‘믿고 맡길 사람’ 선택
여론 듣고도 뜻 안바꿔
MB, 레임덕 우려해
‘믿고 맡길 사람’ 선택
여론 듣고도 뜻 안바꿔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여당 일부와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끝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검찰총장 후보자에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권 후보자는 대구 출신에 서울대를 졸업했고, 한 후보자는 서울 출신에 고려대를 나왔다. ‘티케이(TK·대구경북) 법무장관에 고려대 검찰총장’ 카드를 밀어붙인 것이다.
이날 오전 ‘권재진 법무장관 기용’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나고 네시간 뒤인 오후 4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런 인선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13일부터 2~3일간 한나라당의 의견을 듣는 모양새는 취하되, 결론은 변함없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 시키려는 걸 한나라당이 반대해놓고 권 수석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할 수 있느냐”며 “이런 인사는 당에 부담을 주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김진표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내년 총선·대선을 치러야 할 사정라인에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앉히겠다는 것은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한 판을 짜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런 반발 여론에도 이 대통령이 이번 인선을 강행한 것은, 임기말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최소화하면서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사정라인을 ‘믿고 맡길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임기말 안전판 구축이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와 한 후보자가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적임’ 판단의 중요 기준이 ‘친밀도’와 ‘충성도’라는 점을 청와대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권 후보자는 2009년 9월부터 2년 가까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측근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의 고향 후배라는 사실에 비판이 집중된다. 권 수석은 김씨의 대구 수창초교 7년 후배로, 어린 시절부터 가족간에도 유대를 맺어온 사이다. 임기말 측근 비리나 내년 총선·대선 국면에서 권 후보자가 주무장관으로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5년 전 문재인 민정수석의 법무장관행이 좌절된 전례와의 비교에 대해 청와대는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이나 모두 대통령의 참모일 뿐”이라고 간단한 논리로 넘어갔다.
한 후보자의 검찰총장 기용 배경을 두고 검찰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고대 후배’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한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이 대통령과는 고대 동문 모임을 통해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임기말 검찰총장을 티케이로 하느냐, 고대로 하느냐를 두고, 티케이는 (대구 출신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투항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일찌감치 배제됐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군에는 한 후보자와 함께 차동민 서울고검장도 들어 있었지만, 줄곧 한 후보자가 압도적 우위였다고 청와대와 검찰 관계자들이 전했다.
청와대가 이귀남(전남 장흥·고려대) 법무장관과 김준규(서울·서울대) 전 검찰총장 체제에 대해 실적 부진과 조직 불안정 등을 이유로 불만을 품어왔던 것도 이번 인선을 더더욱 고집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재진 장관-한상대 총장 조합의 구상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당 일부의 반대 의견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김두우 홍보수석)고 밝혔으나,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주체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우윤근 의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준범 김태규 기자 jaybee@hani.co.kr
황준범 김태규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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