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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MB, 이번엔 “나도 환경미화원 했는데…”

등록 2011-03-29 15:38

 이명박 대통령이 한동안 뜸했던 ‘나도 한 때~’ 발언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인천국제공항이 세계공항서비스에서 6년 연속 1위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환경미화원 7명에게 포상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도 “대학다닐 때 재래시장에서 환경 미화원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2008년 취임한 이후 ‘내가 해봐서 아는데~’와 ‘나도 한때~’로 시작하는 ‘경험’과 ‘공감’ 시리즈는 민주화운동, 노점상, 떡볶이·뻥튀기 장사, 비정규직, 철거민 등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화법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화법중 하나다. 하지만 너무 잦은 탓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이 대통령이 지금껏 경험했다고 밝힌 일들이 너무 많아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두 헤아리기 힘들다.

 2008년 6월11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중소기업성공전략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나도 학생 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라며 국정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9월5일 불교계의 ‘종교 편향’ 논란이 일자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문희상 국회부의장과 만찬을 하면서 “나는 원래 불교와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불교계에 친구도 많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을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고 있던 국민들은 뜻밖의 말에 의아해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하나님께 서울시를 봉헌’한 이력이 있어 불교계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떡뽂이, 뻥튀기 장사꾼’이었다. 12월23일 서민 초청 연찬 자리에서 “내가 어린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여러분 처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2009년 2월 12일 이 대통령은 ‘철거민·비정규직’ 경험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날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용산 참사’와 관련해 “나 자신이 한때 철거민,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비정규직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010년 11월10일 국제노동계 인사들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고 가족 전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가족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이었던 적도 있었다. 2009년 4월9일 소상공인 교육생과의 만남에서 “(소상공인) 선배로서 얘기하자면 무엇보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5월 31일 아세안 최고경영자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아세안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한 적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배를 만들어 봐서 안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특이한 형태의 ‘풍랑 피해’를 언급하자 2010년 4월2일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조찬 회동에서 “내가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 될 수 있다”고 김 전 장관을 거들었다. 그는 “높은 파도에 배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쉽게 부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동안 뜸하던 이 대통령의 ‘한때 내가’ 발언은 지난 2월28일 설 명절을 앞둔 심야 민생탐방 때 다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쯤 동대문 시장 옷 상가와 노점상을 방문한 자리에서 군산에서 옷을 떼러온 30대 옷가게 주인에게 ‘열심히, 끈기있게 하라’고 주문하면서 “내가 장사해 봐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나 ‘나도 한때’ 발언은 취임 이후부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아마 이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것들도 있을 법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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