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출범한 정부 민관합동 추진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2008년을 △국민통합의 시대 △실용의 시대 △선진화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리고 ‘건국 60년은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기념사업 면면을 뜯어보면 국민통합이나 실용의 흔적은 여간해서 찾기 힘들다. 오히려 전시성 행사나 옛 군사정부 시절의 강제동원 냄새가 물씬 풍긴다.
특히 남북간 스포츠·인적·문화교류 등 통일과 민족 화합 등을 테마로 한 행사는 단 한건도 찾아볼 수 없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광복 60년 기념사업’을 추진할 당시 남·북한과 해외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렀던 ‘8·15 민족대축전’ 행사는 올해 기념사업 대상에서 빠졌다. 당시에는 통일 기원 남북한 축구경기와 함께 양쪽 축하 공연 등이 성대히 치러졌다.
정부가 올 행사를 ‘건국 60년’으로 규정하면서 행사 자체를 남쪽 만의 ‘축제’로 국한한 결과다. 남한 정부 수립 기념일에 남북간 민족화합이나 통일 등을 주제로 한 행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는 것이다.
일부 전시 내용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지난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서울 광화문 역사박물관에서 여는 ‘건국 60년 국가기록 특별전’에는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6월 항쟁에 대해 입을 꼭 다문 꼴이다. 또 4·19 혁명과 80년 광주항쟁 등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긴 했으나,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정부수립 과정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개발 과정에 대한 전시물과 비교하면 극히 ‘소략’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시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정치적 치우침 없이 객관적 사실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준비했다”며 “6월 항쟁 관련 기록은 국가기록원 소장 자료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대학생 사이버 건국내각’ 행사는 ‘1948년 건국’을 당연 전제로 상정하고 있어 논란이고, 세종문화회관 뒤쪽 예술의 정원에서 지난달 14일부터 9월11일까지 매일 저녁 ‘역사, 미래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60일 연속 국민대강좌’는 200석에 이르는 야외 좌석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 정도로 관심을 못받고 있다.
정부의 ‘건국 60년’ 관련 행사는 문화부와 보훈처, 외교부 등의 주관으로 각종 학술대회와 공연, 전시회, 해외동포 초청행사 등의 형식으로 279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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