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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광복→건국’ 여론수렴도 없이 밀어붙이기

등록 2008-08-13 20:25

8·15 광복 63돌을 앞두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건국절’ 행사로 치르려고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복원공사 현장 가림막 주변에 대형 무궁화와 태극문양이 ‘건국 60주년’을 뜻하는 숫자(오른쪽)와 함께 내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8·15 광복 63돌을 앞두고 정부가 사실상 이를 ‘건국절’ 행사로 치르려고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복원공사 현장 가림막 주변에 대형 무궁화와 태극문양이 ‘건국 60주년’을 뜻하는 숫자(오른쪽)와 함께 내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이 대통령 취임직후 ‘건국 60년’ 행사준비 진행
독립유공단체 “불참”…사업중단 가처분신청도
정부는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올해를 ‘건국 60년’으로 규정하고, 지난 4월 총리실 산하에 ‘건국 60년 기념사업추진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건국 60년’ 행사 준비에 착수했다. 5월22일에는 민관 합동으로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총리실 직속으로 발족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과정에서 공청회 개최는커녕 학계나 독립유공단체로부터 자문을 구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차창규 광복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사전에 공청회 같은 의견수렴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자동 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도 “언론 등에서 건국 60년이니 하는 슬로건 따위를 보고서야 돌아가는 상황을 처음 알게 됐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2월말 청와대에서 ‘건국 60년 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총리실로 내려온 것으로 알지만, 정작 실무부서에 통보된 것은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된 지난 4월 초였다”며 “당시에도 ‘건국’ 관점에 대한 학계의 이견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4개월도 안 남은 광복절 행사가 코앞에 닥치면서 토론회나 공청회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국 60년’ 행사 여부에 대한 여론수렴은 시간 부족 등 행정적인 이유로 건너뛸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948년 8월15일이 정부수립일이냐 건국일이냐의 문제는 일제 항일운동을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김상기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충남대 국사학과)은 “정부 차원에서 건국을 기념하려면 당연히 한국사를 전공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며 “그러나 한국사 관련 학회 가운데 어느 곳도 그런 요청을 받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건국 60년’ 행사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뉴라이트 중심의 민간단체로 구성된 ‘건국 60년 기념사업추진위’는 대선 후보들에게 “건국 60년 기념행사를 치를 것”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이 후보 쪽은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이 대통령 쪽은 인수위 시절에도 이 단체로부터 다시 한번 건국 60년 기념행사 건의를 받고 수용한 바 있다.

정부는 애초 8·15 기념행사 명칭도 ‘건국 60년’을 앞세워 ‘건국 60년 및 제63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으로 정했다. 그러나 광복회 등 독립유공 단체가 ‘건국 60년’이란 문구가 들어간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는 지난달 31일 행사 명칭을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으로 변경하는 등 뒤늦게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건국 60년’ 위주의 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올해 정부가 주관하는 8·15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정부의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 사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건국 60년’ 사업의 중단결정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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