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입장하며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건희 여사, 왼쪽은 커밀라 왕비.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열어 한국과 영국의 안보·경제 협력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다우닝가 합의 ’를 채택했다. 양국 외교·국방 장관이 만나는 2+2 회의를 신설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 뼈대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올해 수교 140돌을 맞은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전략적 동반자는 양국 간 문제를 넘어 제3국이나 국제 현안도 함께 논의·협력하는 등 이전보다 더 강화된 관계를 뜻한다.
두 정상은 안보, 경제, 지속가능한 미래 등 3대 협력 분야를 제시하고 관계 강화에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은 먼저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북한과 러시아 간 모든 형태의 무기 이전 및 관련 군사협력에 반대하며, 양측이 관련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외교·국방(2+2) 장관급 회의 신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을 통해 대북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 등으로 사이버·방산 분야 협력도 도모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 협력은 인공지능(AI), 원자력, 바이오, 우주, 반도체, 청정에너지 분야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두 나라는 최신 글로벌 통상 규범을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온 자유무역협정을 개선하는 협상을 개시한 데 이어, △경제금융 대화체 △공급망 대화체 등을 신설하고 △우주 협력 △양자기술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 연령은 35살까지로, 대상자는 5천명으로 규모와 범위가 확장된다. 미래 협력 분야에는 △청정에너지 고위급회의 개최 △해상 풍력 △핵연료 공급망 강화 등 광범위한 협력에 나선다.
전날 윤 대통령은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며 협력 의지를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를 원용해 “영국, 나의 아름다운 친구여, 그대는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라고 건배사를 했다. 이에 앞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영어로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는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낭송했다.
이날 국빈 만찬에는 추경호 부총리 등 공식 수행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들과 블랙핑크 멤버 4명이 참석했다.
런던/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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