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는 안보·인도·재건 지원 분야 각 3가지씩으로 구성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을 요청하면서 각 분야 협력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지원을 위해 윤 대통령이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 지원” 뜻을 밝힌 것을 두고는 정부가 향후 ‘살상무기 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110분간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한 뒤 이어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모두 9가지 지원책이 담긴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우선 안보 분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복원·러시아군 철수 및 기존 국경 회복 등을 위해 제안한 ‘평화 공식(Peace Formula) 정상회의’ 개최 추진·협력 △방탄복·헬멧 등 군수물자 지원 확대 △글로벌 식량·에너지 안보 증진 협력 약속이 담겼다. 인도 지원으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해 나가겠다”며 △지뢰탐지기 지원 확대 △한국 정부의 1억5000만달러 지원 및 세계은행과 협력한 재정 지원 △아동 심리·정신적 치료 등 아동 지원이 포함됐다. 재건 지원에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인프라 건설 등 협력 사업 추진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 협력 확대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신설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이런 9가지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건 분야 지원 가운데 인프라 건설 등을 두고는 “우크라이나에서 2차 전지, 전기자동차 생산, 금속, 제련, 통신·디지털 분야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직접적인 투자를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전체 규모가 1300조~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2차 대전 이후 유럽 부흥계획(마셜 플랜)에 빗대 “제2의 마셜 플랜”이라 표현하며, 한국 민간·공공기관의 1차적 재건사업 참여 규모가 520억달러(약 66조원)쯤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안보 분야 지원 확대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살상무기 지원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에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만약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무기 지원의 폭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에 김태효 1차장은 “군수물자 지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비무기체계’라는 전제 없이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한 점을 두고 향후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주요 7개국 정상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공동 선언에 한국이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우크라이나가 향후 우리 쪽에 무기 지원 범위를 넓혀달라는 요청을 해올 개연성을 높인다.
바르샤바/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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