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교체설이 제기된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앞서 교체된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외교·안보정책 사령탑마저 물러난 것이다.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의 보고 누락이 직접적 계기가 된, 사실상의 ‘연쇄 경질’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성한 실장 후임으로 조태용(67)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외교·안보라인 대거 교체 충격파는 다음달 윤 대통령의 방미와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준비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기자단에 입장문을 내어 “저는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1년 전 대통령에게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 그러한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그는 윤 대통령의 다음달 26일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놓고서는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실장 사퇴 배경으로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 꼽힌다. 미국에서의 문화공연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보고가 누락돼 외교적 결례에 버금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쪽의 문화공연 제안에 대해 김성한 실장 라인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뒤늦게 파악하고 외교·안보 참모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보고 누락은 작은 일이 아니다. 김 실장 사퇴는 조직을 이끌던 분이 잡음이 나와 대통령 리더십에 부담을 준 것에 책임을 통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정책 견해차 등 알력 또한 이번 사태의 한 배경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사의를 즉각 수용하고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조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북핵외교기획단장, 의전장,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거쳐 청와대 안보실 1차장, 외교부 1차관 등으로 일하고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 부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주미대사 후임자는 신속하게 선정해서 미 백악관에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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