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주무부처 장관들의 건의에 “존중한다”고 답했다. 이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온 윤 대통령이 다음달 4일 국무회의에서 취임 뒤 첫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재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구두보고를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의 의견을 존중한다. 당정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충분히 숙고하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재의요구권 행사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오는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취임 뒤 첫 거부권을 양곡법에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지난해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농업생산액(50조원) 중 쌀이 차지하는 비중(8조4000억원)은 16.9%에 불과한 반면, 쌀 관련 예산 규모는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커다란 편중과 불균형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공급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번주 내로 당정협의를 열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정황근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33개 농어민 단체에서 반대 성명서를 냈다고 보고했다. 또 “쌀값 하락, 식량안보 저해, 타 품목과의 형평성 논란 등 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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