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손석희 전 앵커를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북한을 향해 ‘선제타격’ ‘버르장머리 고친다’고 말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어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자가 북한을 상대해본 경험이나 외교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빨리 ‘대통령 모드’로 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밤 방송된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얘기한다거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 정부도 언제가는 북한과 대화를 복원해야 하고, 마주 앉아야 하는데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강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물음에도 “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강한 말의 대결이 초래한 2017년을 목격하지 않았냐”면서 “(한반도가) 몇달을 전쟁 위기 속에서 보냈는데, 북한에 대해 우리가 군사적 충돌 없이 제재할 방법이 없는데 감정으로 대응하는 게 현명한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윤 당선자를 향해 “우리가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양자택일을 요구받아선 안된다”는 말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는 아니고 돌고래 정도는 된다”며 지혜로운 외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가 대선 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배치를 언급한 것은 “선거용 발언이지, 대통령 모드에선 달라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즉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평가하기엔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며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고, 대화를 접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북한이 대화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며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내 지도자, 세계 지도자로서 평가는 제가 평가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톱다운 방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설득해보겠다고 생각한 것만 해도 대담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는 다 좋았는데 딱 하나, 방위비를 한꺼번에 5배 올려달라고 했고 당연히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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