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앵커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밤 방송된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앵커와 대담에서 ‘용산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 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게다가 우리 안보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가 청와대를 없애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직접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은 하지 말 것”을 강조해왔었다. 문 대통령은 “이전이 필요하다면 어디가 적당한 곳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 등이 안정적으로 이전하도록 계획을 세우게 한 후에 계획에 따라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결정과 추진방식은 참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마치 ‘1호 국정과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권력이 크게 갈등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적어도 국정의 안보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요청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처리를 한 차례 미룬 뒤 지난 6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를 의결하게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광화문으로 집무실 이전’은 철회한 것에 대해선 “결정을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 공약은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저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대단히 활발하게 현장을 다녔고, 젊은이들과 식사를 하거나 소통을 했기 때문에 구중궁궐 청와대 이미지는 없어졌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중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전하면 혼란을 초래한다.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이냐’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옳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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