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축하와 덕담, 국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자리로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자리로 만들기 보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은 16일 저녁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께 말씀드린 중요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송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아침 윤석열 당선자 쪽과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을 4시간여 앞두고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회동 무산을 알렸다. 정권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수현 수석은 회동 무산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이냐’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은) 축하와 덕담을 하면서 국정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당선자는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는 자리”라며 “(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배석자도 없이 하자고 제안했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박 수석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겠나. 두 분은 배석자 없이 어떤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묶어) 사면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중요한 건 대통령과 당선자가 허심탄회하게 말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전날 권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편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 수석은 또 윤 당선자 쪽에서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민과의 소통은 장소나 지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국민께 얼마나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귀기울이냐가 소통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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