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공식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제안에 따라 양도세 완화 논의를 공식화하자 직접 제동을 건 모양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국회에서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완화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 수석은 정책의 일관성이나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들어 “정부도 양도세 완화 논의에 반대하고 청와대도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12월 법안(소득세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후보가 밀어붙이니 참모들이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명시적인 반대 뜻을 밝히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가 강하게 주장하면서 당이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될 경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대립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면 대응은 피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민주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검토한다고 했을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청와대 쪽은 기존의 입장을 민주당 쪽에 다시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같은 논의가 가까스로 가격 안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대로 한시적인 과세 유예를 하게 되면,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조세정책이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기대에 매물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세금 정책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원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며 “이번 개정 시도는 아무런 효과 없이 정부정책을 믿고 따랐던 많은 국민들에게 손해와 배신을 안겨줄 것이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강한 불신만 줄 것”이라고 한시 유예 주장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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