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등으로 이어진 유럽 ‘기후위기’ 외교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간 동안 지구촌이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합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확인된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견을 좁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했다.
문 대통령이 사흘 동안 이어진 기후위기 정상외교 주간을 맞아 강조한 것은 ‘한국의 가교’ 역할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 2세션에서 “한국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탄소중립 노력에도 함께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린 오디에이(ODA·공적개발원조) 비중을 확대하고 녹색기후기금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통해 기후재원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정상회의에선 “한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을 비롯해 개도국들의 저탄소 경제 전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제안했다. 기후 재원을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후기술센터 및 네크워크’를 통해 녹색기술 협력도 밝혔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나라로서 선진국들이 바라는 ‘감축’과 개도국들이 바라는 ‘적응과 재원’이 균형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가교론’은 한국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개도국들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불만을 다독임과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을 통해 외교적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개최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다른 경제·사회적 여건을 이해하며 연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구상을 발전시켰다. 특히 국내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배터리·수소경제 등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 국내 산업 구조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있다. 청와대 제공
그러나 기술패권 경쟁에 이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충돌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대결 속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과제도 존재한다. 이미 주요20개국 정상회의는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못박는 데 실패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손을 잡는데 먹구름을 드리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동해야 할 뿐 아니라 개도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불참한 채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특별정상회의도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향한 진전된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30년까지 삼림을 되살리겠다는 ‘삼림과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 선언’과 함께 미국이 주도한 ‘국제메탄서약’만 출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를 떠나기 전 “중국은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새 역할을 하려고 시도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엄청난 문제인데 그들은 떠나버렸다”며 시진핑 주석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2일 글래스고를 떠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할 과제”라며 “어떤 일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해야 하지만,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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