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한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여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국제사회에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를 막고, 기다려준 자연에게 응답하게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정부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온실가스 국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가 상향 조정됐고, 문 대통령이 이를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엔디시 상향은) 종전 목표보다 14% 상향한 과감한 목표이며,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며 “한국 국민들은 바로 지금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감축량(7억2760만톤)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기존에 제출한 26.3% 감축안보다 13.7% 포인트 올린 목표치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이 참여한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해 메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며 “2030년까지 30%의 메탄 감축 방안도 담겼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보면, 메탄은 전체 지구온난화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인물질이다. 청와대는 “국제메탄서약 가입을 통해 주요 7개국(G7) 나라들과 함께 파리협정의 실질적 이행을 주도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환영하며 개도국의 산림 회복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무를 키우고 산림을 되살리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해결책이고, 사막화를 막고 접경 지역의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 가스를 감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산림총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국제사회의 협력도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세계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석탄발전소 2기를 폐쇄할 예정“이라며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할 것”이라고 했다. 연설에 앞서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초청으로 열린 ‘행동과 연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나라로서 선진국들이 바라는 ‘감축’과 개도국들이 바라는 ‘적응과 재원’이 균형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사국총회 개최 때마다 ‘청년기후서밋’을 정례적으로 열자는 제안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다면 지속가능한 세계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전날 영국 글래스고로 이동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15년 파리회의 이후 6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1.5도 억제’ 목표를 이룰 국제사회의 마지막 기회로 불린다.
글래스고/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