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교황청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 자신을 두번째 찾아온 신자 ‘디모테오’(문재인 대통령 세례명)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항상 기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며 북한 방문을 요청하러 온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밝은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누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방문 때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회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고,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했으며, 기후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계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하며, 나는 한국인들을 늘 내 마음속에 담고 다닌다. 한국인들에 특별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든 다시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과의 단독면담 뒤 피에트르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만났고,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관심을 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면서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리는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의 십자가 136개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으로, 두 개의 68년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교황청 공방에서 제작한 수세기 전 성 베드로 광장의 모습을 담은 기념패와 코로나로 텅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도를 한 사진과 기도문이 담긴 책자를 선물했다. 김정숙 여사는 “텅 빈 광장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가슴아팠다”고 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설적으로 그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광장이 꽉 찬 적이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행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9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동기념메달을 선물했다.
바티칸/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