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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질책’에…생계급여 부양의무 기준 폐지 속도내

등록 2021-10-04 16:07수정 2021-10-04 16:31

박수현 소통수석 페북서 사각지대 축소 ‘뒷얘기’ 공개
생계급여 대상 안 늘자…문 “그렇게밖에 파악 안 되나”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10월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과 독려가 있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등 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문 대통령은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2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속도를 높이자는 제안을 했었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당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편하는 조치를 벌써 세가지나 취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더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이것이 그렇게밖에 파악이 안 됩니까?”라고 참모들을 다그쳤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당초 이 제도를 설계할 때도 그 부분이 파악이 안 돼서 전면 폐지하게 되면 돈이 얼마나 더 들지를 파악조차도 하기 어렵다고 하여 조금은 안전한 방식으로 나누어 설계를 했는데, 앞으로의 예산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조치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 수혜를 본 게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잘 안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말씀 스타일에 비해 볼 때, 참모의 보고와 토론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현은 엄청난 질책으로 판단한다. 이 정책 추진 의지와 속도에 대한 대통령의 답답함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 배경에는 생계급여 기준 완화 공약에도 불구하고, 수급자가 2017년 158만2000명에서 2018년 174만4000명으로 소폭 확대되는 데 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9년에도 188만명 정도로 늘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돼 올해 10월 폐지되었다. 박수현 수석은 이에 대해 “2021년 7월24일 476억원의 추경예산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가능했다”면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올해 연말까지 저소득 취약계층 약 40만명이 새롭게 수급자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 생계지원을 ‘부양가족 중심’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변화시킨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는 수급가구 재산의 소득환산금액과 소득만을 합산하여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의 생계급여 확대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수혜자가 대폭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계급여 대상을 늘릴 수 있는 ‘기준 중위소득’을 산정할 때 기획재정부가 전년도에 합의한 증가율만큼 올리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으로 인해 재정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30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올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6.34%(보건복지부 주장) 대신 5.02%에 그쳤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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