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름철 폭염에 취약한 공사현장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26일 지시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35.2도로 엿새 연속 낮 기온이 35도를 웃돌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올해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특히 낮 시간에 옥외 건설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폭염에 취약한 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특히 공공부문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 시간대에는 공사를 일시 중지하거나, 작업 시간을 신축적으로 관리하거나 공사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 노동자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건설현장에 ‘냉방기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거나 ‘너무 멀어서 가기 힘들다’는 답이 75.8%(1101명)에 달했다.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쉬도록 하는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 노동자들 가운데 ‘규칙대로 쉬고 있다’고 답한 이는 22.8%(332명)에 그쳤다. 57.0%(828명)는 ‘재량껏 쉰다’고 답했고, ‘(폭염에 따른) 쉬는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이들도 20.2%(292명)이나 됐다. 고용노동부가 폭염특보 발령 때 1시간당 10∼15분 휴식시간 배치 등 ‘열사병 예방 이행 가이드’를 건설현장에 배포했지만 대다수 건설현장에 이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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