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을 마주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에 화끈하게 젊은 사람 밀어주자’는 쪽과 ‘그래도 경험이 중요하다’는 쪽이다.
후자의 경우 대선 같은 중요한 국면에선 중진이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이번처럼 국민의힘 내에 눈에 띄는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이제까지 큰 선거를 여러 번 치른 풍부한 경험을 갖춘 중진이 당을 이끌며 순조로운 입당·합당·경쟁 절차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30대인 이 후보가 당의 리더를 맡아 인적 쇄신에 나서면 중진이 설 자리를 아예 잃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예비경선 성적표를 비롯해 전당대회 관련 여론조사 흐름을 종합해보면, 이준석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은 ‘중진 단일화’가 사실상 유일하다. ‘중진 대표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경원-주호영 단일화’에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다. 당내에선 나·주 후보 가운데엔 2위인 나 후보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인단 모바일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7일 전까지 ‘아름다운 단일화’ 그림을 만들어 나 후보에게 당원들의 표를 몰아주자는 전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 바람을 막기 위해선 (단일화 말고) 다른 카드가 없지 않나. 솔직히 당원들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찍을 텐데 주호영보단 나경원을 미는 게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주 후보가 ‘드롭’해야 의원들이 뱃머리를 돌리기 쉬워진다. (나경원으로 표를) 몰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나-주 연합’은 명분이 딸린다는 게 큰 문제다. ‘이준석 당선 저지’ 말곤 나 후보와 주 후보 사이에 공유할 만한 가치나 정치적 지향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준석 당선이 국민의힘 멸망의 길도 아닌데 (단일화는)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나”라며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건 시대의 흐름으로 중진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특히 주 후보가 강경하다. 주 후보는 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질문받자 “그런 언어 자체가 불편하다. 언론이나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말”이라면서 “자꾸 인위적으로 무슨 단일화를 하네, 안 하네 한다. (단일화의) ‘ㄷ’자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것을 누가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후보도 3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실질적인 연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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