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며 사면·석방을 주장한 다른 당권주자들과 충돌했다. 이날 강연을 위해 대구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예비경선)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51%를 획득했다는 의미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그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도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제 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며 “당대표가 되면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탄핵 정당론’은 ‘윤석열 포용’ 주장으로 연결됐다. 이 후보는 “(탄핵이 정당했다는)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합류하지 않아도 ‘대선 경선 버스’는 떠난다”는 ‘버스론’으로 공격을 받았던 그가 윤 전 총장 영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른 ‘당권 추격자’들은 일제히 박정희·박근혜 마케팅을 통해 티케이 표심을 공략했다. 이날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한 나경원 후보는 “박정희 공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 후보는 또 “당 대표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애걸하지 않겠다. 그러나 즉각 석방되도록 하겠다”며 강성 보수층의 민심을 자극했다. 조경태 후보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고, 홍문표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추잡스럽게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여론조사를 돌리고 이를 앞세워 사면을 못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후보는 “우리 당에 새바람을 일으켜 주고, 전당대회 흥행을 일으켜 주셔서 고맙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며 이 후보를, “본인 재판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니냐. 매번 재판 받으러 다니는 당대표가 어떻게 치열한 대선 경선을 관리하고 대선을 이길 수 있겠냐”며 패스트트랙 사건 피고인인 나 후보를 겨냥했다.
한편 이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대구를 방문해 경북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선전에 대해 “국민이 보기에 구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이 얼만큼 달라졌는지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도울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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