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이준석 “경쟁체제로 기득권 타파, 중진들에 역할 맡길 것”

등록 2021-06-03 17:59수정 2021-06-06 22:10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1)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3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대구에서 환대받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자 ‘영남’ ‘60대’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의 변화가 새삼 현실로 다가왔다. 이 전 최고위원을 알아보는 시민들은 너나없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거나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경북(TK·대구경북) 민심을 두고 “4·7 재보궐 선거를 거치며 우리 지지층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체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지난달 페이스북에 언급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하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정치적 본산에서 파문이 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준석 “대구의 환대는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보수의 결론“

연설을 7시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탄핵 사태를 “대한민국 사회가 엄격해지는 과정 중에 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갚는 것은 개인적 방식으로 하겠다. 정치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회복시켜줄 명예가 있다면 ‘이준석 영입한 것 하나는 잘했구나! ’평가를 들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어 “내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탄핵을 가장 먼저 주도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이 가능하겠느냐”며 “통합의 정신을 살리자는 것에선 피하지 않겠다. 여러 대선주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기에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구에서의 환대가 새롭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때, 유승민 전 의원 대선 때 방문했었는데 그때를 추억해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대를 받고 있다. 지난 4년간 보수가 뼈저리게 느끼고 도출해낸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결론이 아닐까.”

―대구·경북(TK·대구 경북)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이기는 것에 중요함을 몇 년 만에 깨달았다. 우리 지지층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체득됐다고 본다.”

―‘이준석 돌풍’이 일 것이라 예상했나.

“양강구도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남 출신인 주호영 의원이 의존하는 티케이 당원 조직으로 전당대회 돌파는 어렵다고 봤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전 의원이 가장 유력한 경쟁자라고 생각했다. 이런 격차로 앞서 나갈 것이라는 생각까진 못했다.”

“내가 당선돼도 지역 편중 투표면 갈등의 씨앗 잉태하는 것”

―당선 가능성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당선된다면 득표율, 즉 어떻게 당선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비전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세대별·지역별로 고른 득표율을 얻는다면 내 메시지가 먹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역 편중 투표가 나온다면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대교체가 전면에 부각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정치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으로서 국회의원 당선이 목표였다면 이 길을 오지 않았을 것 같다. 과연 탄핵 파고를 넘을 수 있었을까? ‘박근혜 키즈’라는 꼬리표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대구에서 내놓은 탄핵 관련 메시지도 큰 도전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홍준표 의원도 탄핵과 관련한 논쟁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것이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고 새로운 관점으로 비칠 수 있을 텐데 그다음이야말로 내 능력으로 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

“다른 방식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 의존하지 않고 수도권 승부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 과거 민주당과 지금 민주당이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보수의 전통적 선거 방식을 버릴 수 있을 때 강력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빠르게 학습하겠다”

―대표가 된다면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일은 무엇인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수많은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물질로 받고 공천으로 갚던 행태도 그중 하나다. 기득권을 타파한 다음엔 현명하게 갈등을 봉합해 나가는 게 내 역할이다. 대표가 되는 순간 중진 의원들께 여러 역할을 맡겨드리고 싶다. 한 원로 정치인은 만약 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젊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 총책임자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어떤 분에겐 대통합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맡아달라고, 또 다른 분에겐 우리 당원들을 정예화하는 일을 책임져달라고 부탁드렸다. 자리를 약속한 분은 지금껏 한 명도 없지만, 역할을 부탁한 분들은 여럿이다. 중진·원로 정치인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 만약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그 진용이 가장 빠르게 발표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대 후보들은 ‘유승민계’라는 이유를 들어 이 전 최고위원이 입당 장애물이라는 얘기도 한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우리가 좀 더 많이 겪어봐야 할 것 같다.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안철수와 현장정치를 하면서 보는 안철수가 달랐던 것처럼. 윤 전 총장도 현장정치를 시작하면 장·단점 드러날 것이다. 입당을 결심하면 우리 당원들과 함께 지켜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학습하겠다. 평당원 신분으로 입당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는데 그럴 필요 없다. 전문성을 갖춘 당원 윤석열은 단순히 본인 대선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당에서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적극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오늘날 시대정신을 실력주의로 짚었는데.

“내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누구도 뚫을 수 있는 경쟁이다. 흙수저와 금수저 간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처럼 집에 논문 하나쯤 (저자로)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야 대학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주류에겐 ‘불편한 경쟁’일 수 있다. 저는 앞으로도 그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경쟁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다.”

―공천 기초능력 평가시험 등도 실력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초능력마저 습득하려 하지 않는 자체가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괴리감을 느끼는 지점이다. 국민이 하는 만큼만 하자는 것이다. 돈 받고 고용되는 분들이 ‘이걸 왜 배워야 해?’라는 말 못하잖나. 구의원·시의원은 그간 최소한의 능력 검증도 해오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당 후보는 자료 해석 능력은 있다’ ‘컴퓨터 활용 능력은 있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자기들끼리 공부도 하고 시험도 친다’는 것만으로 지방선거 압승을 가져다줄 것으로 본다.”

―젠더 이슈를 꺼내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20·30대가 느끼는 가장 큰 갈등 요소가 성별이라고 나온 것을 봤다. 그동안 40·50·60대가 이념 갈등, 경제적 갈등이 크다고 했기에 정치권이 그걸 다뤄왔던 것 아닌가. 나는 20·30대가 생각하는 그 갈등 요인을 정치권이 다뤄야 한다고 본다. 그걸 해소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관련 논쟁을 이해시키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경원 전 의원은 내가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고 했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물에 따라 증명될 것이다. 제가 말하는 할당제 폐지, 경쟁선발제를 시행해 오히려 여성 정치가 활성화되는 그런 결과물이 나왔을 때 진일보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미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경쟁선발을 했을 때 여성이 1등을 한 경험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한국사의 뿌리 깊은 지역 갈등에 대해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광주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5·18민주화운동 이후 태어난 첫 세대 정치인으로서 어떤 과오에서도 자유롭다. 적극적 메시지를 낼 수 있고 어젠다의 변환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이 쇠퇴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남·영남에 공통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우리 당이 호남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당돌한 ‘사이다 화법’이 화제가 됐다. 반면 겸손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완곡 화법을 쓸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 공감이다. 공감으로 집권할 수는 있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지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많은 피해자의 아픔과 공감하겠다고 했던 메시지가 집권에는 도움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는가. 오히려 앞에 쌓아놨던 말이 장애가 된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세월호 사건이나 고 박원순 전 시장 사건 등은 정치가 사회 갈등을 장기화시킨 케이스라는 생각이다.”

―중진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은 얼마만큼 있다고 보는가.

“단일화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하실까? 경험과 경륜을 주장하셨던 분들이 단일화하면 치명적이라고 본다. 경험과 경륜이 뭔지 보여줬으면 한다. ‘단일화무새’(앵무새처럼 단일화만 말하는 것), ‘통합무새’라는 단어를 썼는데, 상대 후보들은 말은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으셨다. ‘나는 이 물건을 꼭 사야 한다’고 말하면서 물건값을 깎으려는 것은 제가 듣도 보도 못한 협상술이다. 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저 손님 안 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님이 ‘저 버스 놓치면 어떻게 하지’ 절박함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맞는다. 협상의 기본도 모르는 분들을 보면서 ‘이래서 우리 당이 정치적으로 고생했던 것인가’ 생각했다. 대한민국 어떤 버스 기사가 ‘저 손님이 안타면 어쩌지’ 걱정을 하겠는가? 오히려 손님이 ‘저 버스 놓치면 지각인데’ 이 생각을 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