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자와 지도부가 연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나경원·조경태·홍문표·이준석 후보,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청년층을 향한 각종 공약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보수 정당에서 청년층은 ‘핵심 고객’이 아니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이준석 돌풍’이 이어지면서 그가 일찍이 선점한 ‘청년 이슈’에 다른 주자들이 뛰어들어 역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나경원 후보는 31일 ‘대통령·국회의원 피선거권 나이 제한(각각 25살과 40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30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2030을 대표하는 정치가 없다’는 생각 아니겠나. 그러면 결국 그들이 정치를 직접 하게 하는 것, 그들의 대표가 정치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고 말했다. 나 후보는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국회의원 선거마다 청년 한명씩 꼭 공천되도록 하는 청년할당제를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 정치인 발탁을 주장하며 각종 할당제를 반대하는 이 전 최고위원과 각을 세운 것이다.
호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후보들도 앞다퉈 청년 공약을 제시했다. 최근 대구 지역 대학생들과 만나는 등 청년층과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주호영 후보는 ‘호남과 청년 할당제’를 약속했고 캠프의 청년대변인도 따로 임명했다. 홍문표 후보는 지난해 6월 ‘청년청 신설 법안’을 발의했던 사실을 홍보하며 “예산을 마음껏 주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청년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청년들에게 그야말로 누구든지 창업을 할 수 있는 이스라엘 같은 창업국가를 만들어서 청년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세계적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 쪽은 중진들의 청년 공약과 집중 견제에도 일반 국민을 사이에선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사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9.8%의 지지를 얻어 2위인 나 후보(17%)에 더블 스코어로 앞섰다. 주 후보는 3.4%, 홍 후보 3.2%, 조 후보 2.4%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이 후보에겐 소액후원금이 쇄도하면서 사흘 만에 한도(1억5천만원)를 채웠다. 청년층 결집과 대세론 굳히기에 속도가 붙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한번 제1야당의 대표까지 바꿔보자’ 이런 인식이 젊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강하게 박혀 있다. 저한테 가장 많이 오는 문자메시지가 ‘우리 부모를 설득했다’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완전히 뭉쳤다”고 주장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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