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이준석(왼쪽부터)·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당 대표 후보들. 연합뉴스.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첫 합동연설회 장소로 고른 곳은 광주였다. 국민의힘 ‘호남 공략’의 의지가 담긴 김대중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목청을 높여 정견을 밝혔다.
‘0선 돌풍’의 주역인 이준석 후보는 36살의 혈기방장한 모습 대신 “존경과 감사”를 연발하며 중진 의원들을 띄웠다. 이 후보는 무대에 올라 직전에 연설했던 홍문표 후보를 언급하면서 “청년과 호남에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연설이었고,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홍 의원님의 좋은 정책을 흡수하겠다. 품격 넘치는 연설”이라며 추켜세웠다.
1985년생인 이 후보는 “나에게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단 한 번도 광주사태였던 적이 없고 폭동이었던 적이 없다”며 “80년 광주에 대한 개인적인, 시대적인 죄책감을 뒤로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정치할 수 있는 첫 세대라고 자부한다”고 젊은 후보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운천 의원님과 성일종 의원님 너무나도 존경하고 감사하다”며 “선배님들의 노력 위에 호남의 젊은 세대와 미래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운천·성일종 의원은 ‘호남 끌어안기’ 행보에 앞장 서 보수 정당 의원으로서 처음으로 5‧18 유족회의 공식초청을 받은 바 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홍콩민주화운동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을 비판하면서 “이 자리에 계신 조경태 의원님께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홍콩 시민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조 의원님을 용기 있는 민주주의자로 추억한다”고 경쟁자인 조 후보를 칭찬했다. 예비경선 지지율 1위로 중진을 압도했지만 당내 여론을 의식하며 겸손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연설이 끝난 뒤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당직 인선에 관해 묻자 “다수의 중진 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미 복수의 인사들은 제가 그리는 청사진에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사흘 만인 이날 한도액 1억5천만원을 모두 다 채워 화제를 낳기도 했다.
2~3위 후보는 전략이 달랐다. 나경원 후보는 대선 승리를 내세웠다. 나 후보는 “용광로가 되겠다”며 “내년 대선 승리 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중요조건은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면 안철수‧홍준표‧윤석열‧최재형‧김동연 등 가능한 모든 야권 대선후보를 다 만나겠다. 복잡한 문제를 7~8월에 모두 해결해 국민의힘 통합대선열차에 모든 야권주자를 한꺼번에 태우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호영 후보는 상대방 저격에 나섰다. 주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중도를 허황된 것이라 믿는 후보의 용광로에 무엇이 담기겠느냐”며 “이분법적 사고로는 절대 통합을 이룰 수 없다”고 공격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선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 본 경험도 없으며 자기 선거도 패배한 원외 당 대표가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이길 수 있겠나”라며 날을 세웠다.
홍문표 후보는 “청년에게 법과 제도, 예산을 주는 청년에게 관심이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청년을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대선부터 지방선거 후보까지 가장 깨끗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를 도입해 선발하겠다”며 ‘공천 혁신’을 주장했다.
연설회가 끝난 뒤 대선 후보들은 ‘중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두 “논의가 없다”며 일축했다.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날 광주 연설회를 포함해 2주 동안 5개 권역의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두 차례 티브이 토론회에도 참가한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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