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7일 오후 예정됐던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가 여론조사 미완료로 인해 하루 늦춰졌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당 대표 본경선 진출자 발표는 여론조사 완료가 늦어지는 관계로 하루 연기됐다”고 밝혔다. 26일부터 시작된 당원·일반 국민(각각 50%) 여론조사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론조사업체에서 젊은 여성층 샘플 채집이 덜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8시,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예비경선 결과 발표가 임박한 이날, 중진 당권 주자들은 ‘유승민계’를 고리로 이준석·김웅 후보 등 ‘0선·초선 소장파’를 공격하며 ‘계파논쟁’을 이어갔다. 중진들의 협공에 신진 주자는 “탐욕스러운 선배를 심판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당권 주자 중 최다선(5선)인 주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이-친박,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우리 당을 나락으로까지 끌고 들어갔던 ‘계파주의’가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려 하고 있다”며 “계파정치의 피해자였던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김웅 후보의 선전이 ‘유승민 계파정치의 결과’라는 규정이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깝다’는 이준석 후보나 김웅 후보를 구태정치로 휘말려 들게 하지 말기 바란다. 지금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은 ‘대통합’과 ‘대화합’”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전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계파 출신의 당 대표가 됐을 경우에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김웅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을 겨냥해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캠프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심판하겠다고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며 “당의 후보가 선출된 뒤에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 밖의 사람들에게 줄 서서 부족함이 없던 우리 당의 후보를 흔들어댔던 사람들, 존경받지 못할 탐욕스러운 선배들의 모습이었다”고 적었다. 당시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했던 나 전 의원,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작당’을 했다는 의심을 받은 주 의원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이어 “네거티브는 절대 희망과 비전을 꺾을 수 없다. 5(선)+4(선)가 0(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법을 계속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주 의원이 5선, 나 전 의원은 4선이다.

김웅 의원도 “친하고 자주 모이고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하면 계파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 의원 인터뷰 발언에 대해 “초선들은 친하고 자주 모이고 나중에 대통령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우리가 계파였나”라며 “자기들끼리 모여 문건까지 만들어 특정인 밀어주자고 하는 것, 그런 짓이 계파정치인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국민통합연대가 지난 25일 친이계 출신인 주호영 의원 등을 도우라는 내용의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지역 조직에 내려보낸 것을 지칭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비판을 받은 당사자들은 재반박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후보도 뜻을 함께해야 할 동지이자 중요한 우리 당의 자원이다. 듣기에 섬뜩한 이런 표현들이 더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주 의원도 “‘언젠가 심판하겠다’는 이 악담이 우리 내부로부터 나온다는 것에 당의 일원으로 참담함을 느낀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뒤 “심판의 주체는 국민이다. 심판의 대상은 문재인 정권이다. 이 목적의식을 잃는 순간,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적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