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공동취재사진
2022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개혁과 쇄신’이라는 푯대를 들겠다는 목표는 같았지만, 방법론은 갈렸다. 세대별 신경전은 한층 치열해졌다.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당 대표 후보 8인은 저마다 당 대표 적임자를 자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부터 당원 50%, 일반 국민 50%의 여론조사에 돌입한 뒤, 27일 오후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첫 비전발표회…‘신진 대 중진’ 차별화가 열쇳말
전당대회 예선전 돌풍의 주역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김웅 의원·김은혜 의원 등 ‘0선·초선 3인방’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비전발표회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단상 위에 올라 “젊은 세대는 계파 정치를 혐오한다. 이번 선거는 공정 가치를 보여주는 그런 선거가 돼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이자,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선 김웅 의원은 “노동자가 한 명이라도 덜 죽게 하기 위해, 고독사하는 노인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차별과 소외를 시정하고 국민과 청년에게 미래를 주기 위해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유리한 대선 승리 공식”이라며 민생 문제를 해결할 대표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빨간 야구복을 입고 나선 김은혜 의원은 “초선이지만 정치적 내공, 성공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당을 새 판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신진 후보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 나갈 주자가 누군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진 그룹은 풍부한 의정 경험을 앞세워 내년 대선 승리의 디딤돌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야당 텃밭인 티케이(대구·경북) 당심을 앞세운 5선 주호영 의원은 “복잡한 야권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진정한 ‘프로’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4선 나경원 전 의원은 “특정 세대,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당 대표는 거침없는 확장이 어렵다. 모든 대선주자를 민심의 용광로에 녹여내겠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당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밖 대선주자들을 데려오겠다고도 약속했다.
1차 컷오프 통과에 사활을 건 의원들은 선명성 경쟁을 이어갔다. 피케이(부산·경남) 5선 조경태 의원은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당 대표가 되면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하기 위해 옥고를 겪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수의 후보가 윤 전 총장 영입 계획을 강조하자 4선 홍문표 의원은 “(윤 전 총장과) 기차를 같이 탔느니, 아파트가 같다느니, 도대체 대한민국 제1야당의 수권 정당에 대표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잔졸하게 정치를 해서 되겠나. 우리 당당하자”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 출신인 3선 윤영석 의원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친문(재인)·친노(무현)의 본거지 경남 양산에서 당선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진 돌풍으로 기대감 커지는 국민의힘…홍준표 “또다시 실험 정당 될 수 없어”
당내에선 ‘이준석 바람’을 계기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섰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소장파들은 이 전 최고위원 등 신진 그룹을 공개 지지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로운 역동성과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당심과 민심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 우세론’에 힘을 실었다. 초선 서범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심이 폭발적이다. 배경에는 젊은 후보들이 있다”며 “71년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가 40대 기수론을 주창한 이후로 정확히는 50년 만에 ‘변화와 개혁의 세대교체 돌풍’이 야당에 몰아치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중진 그룹에선 견제구가 이어졌다. 5선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피지에이(미국프로골프)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령(51세) 우승 기록을 쓴 필 미컬슨을 예로 들면서 “경륜이 패기를 이겼다. 노장들아, 기죽지 말라”고 적었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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