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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원정투기 의혹 LH 직원 지인…태양광 발전 보상 노렸나

등록 2021-04-06 18:47수정 2021-04-07 02:15

구속영장 신청된 ㄱ씨, 태양광 발전 법인으로 광명·시흥 땅 매입
ㄱ씨와 ㄱ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이 사들인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의 임야. 강재구 기자
ㄱ씨와 ㄱ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이 사들인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의 임야. 강재구 기자
광명·시흥 새도시 원정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지인 ㄱ씨가 2017년 3월 해당 지역 첫 토지 매입 당시 태양광 발전사업 목적 법인을 설립해 임야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목 변경을 통한 땅값 상승이나 높은 보상금 등을 위해 태양광 사업을 활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다만 ㄱ씨가 토지 매입 이후 실제 인허가 등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태양광 사업을 본격 추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ㄱ씨와 ㄱ씨에게 개발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는 엘에이치 직원 ㄷ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라북도 전주 출신인 ㄱ씨는 2017년 3월7일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에 임야 1만3826㎡를 ㄴ법인과 가족으로 추정되는 1인과 함께 사들였다. ㄱ씨가 같은달 15일 설립한 ㄴ법인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업 목적에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부동산 개발사업과 함께 태양광 발전사업,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 전기판매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법인 등기를 마치기도 전에 ㄴ법인 명의로 토지 매입을 한 점 등을 보면, ㄱ씨의 법인 설립 목적은 해당 임야를 사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전주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무사로 부동산 매입과 등기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가 산 임야도 태양광 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여럿 드러난다. 해당 임야는 임업용 보전산지로 2019년 12월 산지관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태양광 발전 허가가 나오면 임야에서 잡종지로 전환이 가능해 보전산지는 6~7배의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택지개발 등으로 해당 지역이 수용되는 경우에는 높은 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 해당 임야 자체는 맹지로 도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ㄱ씨는 해당 임야와 붙어있고 도로를 접한 바로 옆의 밭 326㎡ 등을 함께 사들였다. 이 때문에 해당 임야는 맹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태양광 발전 허가를 받아 임야를 잡종지로 바꾸면 대지에 가깝게 가격이 올라간다. 7~8배까지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이 택지개발이 된다면 태양광 발전 설비가 묘목을 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태양광 발전 사업자도 “토지 수용 보상 목적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병폐 때문에 2019년 보전산지에는 태양광 발전을 못 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ㄱ씨가 광명시청에 태양광 발전 인허가 신청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대했던 개발 계획이 어그러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ㄱ씨가 자신의 지인인 엘에이치 직원 ㄷ씨로부터 해당 지역의 개발 정보를 입수해 토지를 대거 매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2017년 3월 ㄱ씨가 해당 임야를 처음 매입할 당시에는 광명·시흥 새도시 개발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은 ㄷ씨가 새도시 지정이 아닌 다른 광명·시흥 지역의 택지개발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ㄷ씨와 ㄱ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ㄷ씨는 2017~2018년 엘에이치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근무해 해당 지역의 택지개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당시 택지개발 계획은 무산됐다. 다만 올해 초 3기 새도시 지구로 지정되고 그 직후 엘에이치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주빈 강재구 배지현 기자 yes@hani.co.kr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부동산 투기 취재팀은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재산 축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나 토지 개발 관련 공기업 임직원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철저한 신원 보장을 위해 제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제보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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