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사무총장(가운데),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동산 전수조사 요청서 제출에 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직전 전셋값을 크게 올린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문제를 전수조사하는 여당 윤리감찰단이 이들 의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5일 국회 누리집에 올라온 국회공보 정기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조응천 의원은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전·월세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말께 자신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강남구 대치은마아파트(84㎡) 전세금을 5억4000만원에서 5000만원(9%) 올렸다. 조 의원이 계약을 갱신한 시점이 임대차법 시행 전이라 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6월엔 임대차법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은 상황이어서, 조 의원이 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법안 내용과 어긋난 거래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조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서 임대차법 통과에 힘을 싣고 있었다.
이에 대해 조 의원 쪽은 “시세보다 싸게 재계약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2016년 5월에 5억4000만원에 최초 계약을 했는데 2년 뒤에도 올리지 않고 연장 계약을 했다가 4년이 지난 2020년 갱신 계약을 했다”며 “당시 (해당 아파트) 전세가 평균이 6억6000만원 정도였는데, 5억9000만원으로 (세입자와) 합의해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공보를 보면, 송 의원은 2019년 12월에 배우자 명의의 서울 양천구 목동 청구아파트(84㎡) 전셋값을 기존 5억3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1억4000만원(26.4%) 올려 새로 계약했다. 이 역시 임대차법 도입을 추진하던 여당 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지만, 송 의원 쪽은 “임대료 5%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 계약이었던 데다, 거래 시점도 임대차법 시행보다 반년 이상 앞선다”고 반박하고 있다. 송기헌 의원실은 “이전 세입자가 살던 기간 동안에는 전세값을 아예 안 올렸는데, 신규 계약을 하다보니 시세와 맞추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좀 올라갔는데 당시 시세(7억원)보다 낮춰서 거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이들 의원한테 정치적 책임을 물을지는 미지수다. 전셋값 인상 논란에 휘말린 이들 의원 모두 법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차법 시행 한 달이 남은 시점에 전셋값을 올린 조응천 의원에 대해서는 당이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뒤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30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조 의원 논란에 대해 “제가 (당) 지도부에 있지 않으니 자신 있게 말씀 드리긴 뭐 하지만, 윤리감찰단 등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에서 제명 당한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지난해 8월 차남 명의 서울 강남구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아파트 (59㎡) 전셋값을 6억5000만원에서 61.5%나 올려 10억5000만원에 새로 계약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전셋값을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23.3% 올렸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주도한 임대차법에 반대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소속 의원 174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에 의뢰한다고 밝혔다. “공신력있는 국가 기관으로부터 철저한 검증을 받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의원 전수조사 요청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는 박영선 후보의 요청 등 다양한 의견 검토를 거쳐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께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또한 투기 의혹이 확인된 의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단호하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