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정의당 전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이 내부 혼선을 가다듬고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영국 전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지난 1월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으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왔다.
정의당은 23일 오후 지도부 보궐선거 후보자 찬반 투표를 마무리하고 여영국 신임 대표가 찬성 9653표(득표율 92.8%)를 받아 최종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의당의 새 대표 경선에는 여 대표가 단독으로 출마해 사실상 추대됐다. 여 대표는 이날 당선소감에서 “저 여영국은 불평등과 차별에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이 손 잡을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며 “당원이 자부심을 느끼고 사랑하는 정당, 국민이 신뢰하고 기대하는 진보정당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고 밝혔다. 여 대표는 오는 24일 오전 마석모란공원에서 전태일 열사와 고 노회찬 전 의원 묘역을 참배하며 당 대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용접공 출신인 여 대표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1985년 구속되어 해고된 뒤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다. 2010년 창원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된 그는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진보정당 소속 유일한 지역구 광역 의원이 되기도 했다. 2019년 노회찬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여 대표는 “노회찬 정신을 잇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어 강기윤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500여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부대표 선거에서는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1, 2위 득표자인 박창진·설혜영 후보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만 35살 이하 당원을 대상으로 치러진 청년정의당 대표 선거는 강민진 후보가 단독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84.94%를 받아 당선됐다.
김 전 대표의 직위 해제 이후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정의당은 지난 1월 강은미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강 위원장은 김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재보궐 선거 무공천 결정 등을 단행하며 당 쇄신에 매진해왔다. 지난 5일 출마를 선언한 여 전 의원은 “전임 당 대표의 남은 임기나 채우려고 출마하지 않았다”며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는 당의 가치만 빼고 전면적 쇄신으로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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