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기다리던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문재인 정서’를 흡수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한 준비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여론 추이에 민감한 민주당에서는 추 전 정관의 공격적 발언의 돌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있다.
추 전 장관은 1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의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퇴직 이후 지지율이 치솟은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치 군인 같은 정치 검찰이 탄생한 것”이라며 “촛불 시민들이 세운 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시민들께서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역사의 진보, 역사의 발전에 대한 저 나름의 무거운 책임감이 있고, 역사를 퇴보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좌시하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대선 출마를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추 전 장관은 “지금은 보궐선거 앞두고 있는 때이고, 제 신상을 말씀드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며 “(대선 출마는) 많이 준비되고 또 그것이 국민의 설득과 공감을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또 그런 요구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시기와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의미로, 출마 가능성 자체를 닫지 않은 답변이다. 추 전 장관은 최근 들어 ‘엘에이치 투기 의혹’, ‘포스트 코로나’ 등 묵직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의 대선 도전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6명이 뛰는 민주당 대선 경선 체제에서 중위권 정도 지지도를 보이는 데다, 윤석열 전 총장의 대항마 이미지와 여성 후보로서의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며 “검찰개혁에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을 바탕으로 경선에 뛰어들면 대선 구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이 등장하는 ‘타이밍’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 ‘추-윤 갈등’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이 되살아 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층과 중도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이 생각한 스케줄보다 조금 일찍 법무부 장관 직에서 물러나면서 대선으로 향하는 정치 구도에서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과 대립할수록 ‘정치인 윤석열’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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