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정부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제출한 지 9개월여 만인 17일 공청회를 열어 법안 논의의 첫발을 뗐다. 전문가들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처음 국회에 제출한 뒤 폐기를 거듭했던 이해충돌방지법이 진작 제정됐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투기 의혹 문제도 상당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공청회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처가 땅이 있던 서울 강남구 내곡동이 오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국민임대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엘에이치 직원 투기 의혹’ 사례에 비춰 정부 제출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정부안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면 처벌하게 돼 있지만, 직무상 비밀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때 협소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 금지’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정부 법안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제3자는 처벌하지 않도록 돼 있는데 제3자도 처벌하고, (재산상 이득의) 최소 2배까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원 이천현 선임연구위원은 “미공개 정보이용 금지는 정부에서도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미공개 개념이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며 “‘침해되는 비밀’을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범위로 할지 조직 내부의 비밀 자체를 대상으로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자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천현 선임연구위원은 “직무 관련 거래 신고나 수의계약 체결 관련해서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속 등만 포함하고 있는데 배우자의 직계존비속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직무 관련자를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속’ 등으로만 규정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상 비밀이용금지가 핵심인데, 법이 이미 만들어졌다면 엘에이치 문제도 상당히 예방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청회에서 오세훈 후보의 처가 땅 관련 특혜 의혹을 부각하기도 했다. 오기형 의원은 “가설적으로 말해보겠다. 2006년 보금자리 주택을 서울시에서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는데 이뤄지지 않다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인) 2009년 지정됐다”며 “서울시가 요청한 건데, 2008년 (오 후보의) 재산신고 기록을 보면 부인 이름으로 내곡동에 필지가 있는 걸로 나온다. 이런 경우라면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법무법인 ‘율정’의 임영호 변호사는 “서울시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느냐, 안했느냐 판단이 먼저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정부에서 지구 지정 검토에 들어간 사실을 강조하며 “이런 것을 가지고 공세를 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 특히 이 자리는 법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방향성과 범위를 위해 전문가들을 모셔서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무위는 오는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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