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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LH 반사이익’ 지지율 상승의 역설…오세훈-안철수, 단일화 파열음

등록 2021-03-15 17:56수정 2021-03-16 02:47

LH사태로 당선 가능성 오르며 ‘단일화 절박감’ 떨어져
‘막판 표쏠림’ 가능성에도 단일화 파기 책임론은 부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집권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보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이 불지핀 ‘정권심판론’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면서 야권 내부에서 “후보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의 균열을 드러내는 파열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단일화 없어도 해볼만”…3자구도 막판 표쏠림 기대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는 엘에이치 임직원들의 3기 새도시 투기 논란으로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야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승리할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단일화가 안 돼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국민의힘 안에 퍼지면서 단일화에 대한 절박감이 떨어진 것이다.

15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 유권자 103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3자 대결에서 오 후보(35.6%)와 박 후보(33.3%)가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 후보는 25.1%로 뒤를 이었다.

양자 가상대결 구도에서는 오 후보(54.5%)가 박 후보(37.4%)를 17.1%포인트, 안 후보(55.3%)가 박 후보(37.8%)를 17.5%포인트 앞서는 등 야권 단일후보의 우세 흐름이 이어졌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피엔아르(PNR)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거주 성인 8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는 ‘박영선-오세훈-안철수 후보’ 간 3자 대결이 이뤄지면 박 후보가 33.0%, 오 후보가 32.5%, 안 후보가 27.9%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36.5%, 안 후보가 33.2%였고, 범야권 단일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물었을 때도 오 후보가 40.5%, 안 후보가 37.5%로 나타났다.

<조선일보>·<티브이(TV)조선> 의뢰로 칸타코리아가 지난 13일 서울 성인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3.5포인트)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해 3자 대결이 이뤄지면 박 후보(28.8%)와 오 후보(27.2%) 간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이 조사에서 안 후보는 19.9%였다.

안철수 후보가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제1야당 후보’라는 대표성을 앞세운 오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후보나 정당 차원에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선거기간 막판에 야권 지지층의 표쏠림으로 ‘유권자에 의한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보선 후 주도권·정계개편 문제 중첩

4·7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될 야권 재편이 두당 사이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시장이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더 큰 야권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른바 ‘더 큰 기호 2번론’을 꺼내 들었다. 야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추후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자 오 후보는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로의 단일화는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를 ‘분열’의 상징처럼 묘사했다. 안 후보는 이에 “야권이 힘들 때, 문재인 정부의 서슬이 시퍼럴 때, 제가 정치생명을 걸고 저들과 싸울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 저보고 야권 분열의 중심이고 야권 분열의 씨앗이라고 말씀하실 수는 없다”고 거세게 맞받았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막판에 불리한 여건에 처하니까 자기 나름대로 힘을 좀 발휘해보려고 그런(윤 전 총장 관련) 얘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며 “토론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앞으로 시장 노릇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안 후보를 직격했다.

오 후보도 당 회의에서 “만약 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되고, 거기에 더해 당 외곽 유력 대권 주자(윤 전 총장)가 결합하게 되면 내년 대선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르는 최악의 대통령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하는 듯한 메시지도 내놨다.

야권 단일후보 발표일(19일)을 나흘 앞두고 터져나온 파열음은 단일화 전망을 어둡게 하지만, 국민의힘이 ‘도박에 가까운’ 3자 구도 선거를 치르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야권 지지층의 심판 정서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단일화 파기 책임론’을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과 오 후보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여권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이라는 점도 불안스런 요소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긴 하나 3자 대결구도는 국민의힘에게 너무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며 “단일화는 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화학적 연대가 없는 단일화라면 시너지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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