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에 대한 분노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300명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본 뒤 자체조사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회의원 전수조사’ 카드가 위기돌파용으로 튀어나와 공방을 벌이다가 논란이 잦아들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패턴이 매번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21대 국회의원 다주택 전수조사가 공개된 이후 당 차원에서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 현 정부 들어 5번째 전수조사 카드… 결과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성역없는 조사와 예외없는 처벌만이 공직자 투기를 방지할 수 있다”며 의원 300명 전수조사를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면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개발 정보를 갖고 투기를 할 수 있는 세력은 정부여당이지 야당은 아니라는 이유다.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거론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5번째다. 대부분 잘못이 드러나 비판을 받는 쪽에서 ‘너희는 당당하냐? 이참에 다 조사해서 공개하자’며 ‘물귀신 작전’ 차원에서 꺼내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 손혜원(당시 민주당) 전 의원의 투기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제안한 것이나, 같은 해 이미선 헌법재판관 남편의 주식투기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부정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안민석 의원과 이해찬 당시 대표가 전수조사를 꺼내든 게 대표적이다. 모두 야당이 거부하거나 다른 요구안을 들고나오면서 유야무야됐다.
여야가 전수조사에 합의하고도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08년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전수조사에 합의했지만, 조사 방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제의 책임을 가리고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우리만 당할 수 없다’는 정치싸움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모든 걸 하자는 얘기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에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내놓았던 소속 의원 ‘실거주 용도 왜 주택 처분’ 약속부터 지키는 게 순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개한 3주택 이상 소유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는 여전히 다주택자 상태다. 서울 강남·송파, 경기 광주·하남에 총 4채를 보유한 임종성 의원은 상가주택인 1채를 상가로 전환했고 또 다른 1채는 이달 중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임 의원은 “나머지 2채도 매매가를 크게 내려 매물로 내놨다. 빨리 팔리는 곳부터 빠르게 처분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집 3채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민 의원은 아직 한 채도 처분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대전 아파트 2채에는 제 가족과 노모가 각각 실거주 중”이라며 “나머지 상가주택 1채는 임대사업을 등록한 상태인데, 의무 임대기간 내 주택 양도금지 규정이 있어서 지금 처분하면 과태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리감찰단은 소속 의원과 가족, 보좌진 등의 3기 신도시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 중인 가운데 다주택 해소 여부도 함께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다주택 해소와 관련한 당의 입장이 아직도 없는 상태다. 당 차원의 현황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부동산 재산 보유 상위권으로 꼽혔던 백종헌·한무경·김기현 의원 등은 여전히 부동산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상위권에 있는 의원들 대부분 상속받은 경우가 많은데 투기 국면에서 다주택자들이 한데 묶여서 비판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이지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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