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너무 속도감이 빠른 점”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좀더 단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각각의 단점으로 꼽았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권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선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공개 반대했다.
박 후보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여권 대선 주자들인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인물평을 내놨다. 그는 두 후보의 장단점을 평가해 달라는 패널의 질문에 “이 지사는 앞서가는 정책을 내놓고 구현해 주시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보지만, 속도감이 너무 빠를 때는 단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돌봄, 복지체계를 구축하는데 나름의 브랜드를 만드셨다. 다만 좀 더 단호했으면 했던 일이 몇 번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는 아쉬웠던 사례를 구체적으로 꼽지는 않았다.
박 후보는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가 4·7 재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차기 대선 판도에 줄 영향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이렇게 저렇게 한다는 이야기는 다 소설이라 들었고,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윤 전 총장이 대변되는 지지율의 등락이나 이런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과 안철수 후보의 관계, 다른 후보와의 관계 등을 봤을 때 제가 가장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재직했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지금까지 그 어느 정권도 검찰개혁을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다”며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가지고 있다는 선진국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 쪽으로 쏠림이 있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 균형을 잡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런 개혁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개혁을 너무 한꺼번에 물아붙이면 기득권 반발이 있고,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부작용도 나타나기 때문에 개혁을 단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논의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권을 한꺼번에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때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스에이치)와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도 공직자 투기 전수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엘에이치 투기 의혹’ 파문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엘에이치 사건에 대해 제가 들은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전관예우처럼 퇴직 임원들에게 관성적으로 있었던 일이란 것”이라며 “사실 여부를 반드시 밝혀내고, 다시는 이 땅에 공직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행위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에스에이치(SH)와 서울시의 주택 관련 부서에 대해서도 당선 즉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는 “오늘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보고 이것이 장관 한사람 경질로 절연할 수 있는 부분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엘에이치의 토지 매입과 주택 공급이 혼재돼 있는 기능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서 검토해 확실하게 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병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라는 거대 공기업이 탄생했는데, 본질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다만 박 후보는 검찰의 방관자적인 태도에는 쓴소리를 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직접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엘에이치 투기 의혹에 발벗고 나서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검찰총장이 그만 뒀으니 차장이라도 ‘우리가 이 부분은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 얼마든지 건의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이야기 않고 뒤에 숨어있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게 국민과 시민을 위한 건지 충분한 건의가 필요하고, ‘어떻게 하는지 보자’ 그런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후보는 자신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해서는 재차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들 3명의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했다며 “선거 캠프에서 쫓아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박 후보는 “여성을 쫓아낸다는 표현 자체가 가부장적 용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박 후보는 “저 같으면 그렇게 이야기하기 보다 ‘이런 일은 적절치 않다.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했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초선 의원인 경우 때때로 정무적 판단에 있어서 실수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충분히 다 사과했다. 그런 부분은 사회가 받아들여주는 것도 진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야권의 안철수·오세훈 후보에 대해 ‘마음이 콩밭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일장일단이 있고 쉽지 않은 상대”라면서도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저는 10년 동안 서울에 몰입하고 서울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 후보지만, 다른 두 후보는 마음은 콩밭에 있는데 콩밭이 잘 안될 것 같으니 서울시장에 나서 서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후보 모두 차기 대선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정치 진로를 돌린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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