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 징계요구서에 기재된 유출 도면. 김은혜 의원실 제공
고속도로 부지에서 ㄱ씨 땅까지의 거리. 김은혜 의원실 제공
‘불법 투기로 해고 당해도 땅 수익이 평생 월급보다 더 많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말은 한국도로공사 사정에도 딱 들어맞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은 9일 자료를 내어 한국도로공사의 직원이 지난 2016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땅을 사들여 파면을 당했지만, 여전히 이 땅을 갖고 있어 불법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설계자료 유출 및 부동산 투자 등으로 파면된 직원의 징계요구서’를 보면, 한국도로공사 직원 ㄱ씨는 지난 2016년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전라북도의 약 1800㎡의 땅을 샀다. ㄱ씨가 사들인 땅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의 한 나들목 예정지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이다. 고속도로의 실시 설계(기본 설계도에 따라 구체적인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과정)는 ㄱ씨가 땅을 산 이후인 2017년 8월에야 완료됐다. ㄱ씨는 비공개 정보인 이 도면을 지인들에게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ㄱ씨는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등을 제한하는 ‘한국도로공사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이유로 2018년에 파면됐다. 그러나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ㄱ씨는 현재까지도 아내와 지인의 명의로 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공직자가 불법 투기로 적발이 돼도 손실보다 이익이 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개발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의 특성상 이번 LH 사건과 같은 불법 투기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사대상을 국토부 산하기관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파면당한 직원이 여전히 토지를 소유하고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몰수를 넘어 징벌적 배상제도까지 도입하는 근본적인 입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처벌이 약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국회에서는 투기이득을 몰수 또는 환수하거나 이익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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