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경기지사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9일 국회를 찾았다. 당대표 완장을 떼고 대선 레이스 경쟁자로 마주하게 될 이 대표에게 이 지사는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 지사가 이날 국회를 ‘깜짝 방문’한 명분은 민주당 당무위원회 참석이었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 당연직 당무위원인 이 지사는 그동안 한 번도 당무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대표가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라는 이유로 회의장에 나온 것이다. 이 지사 쪽은 “이 대표의 마지막 일정이어서 민주당원으로서 대표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응원하는 한편, 원팀 기조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환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은 대표실에서 차를 마시며 30여분 동안 담소를 나눴다. 이 지사가 참여한 당무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지사는 이어진 4·7 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까지 국회에 머물렀다. 그는 이 대표에게 공천장을 받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와 악수를 하며 보궐선거에서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노고와 성과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 대표가 어려운 시기에 큰 성과를 내셨고 당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오셔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 쳐 드리러 일부러 왔다”며 “제주 4·3 사건에 대한 입법 성과와 광주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법안, 그런 것들이 실제로 큰 성과를 내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본인이 혹여라도 손실을 봤을 수도 있지만 국민과 당을 위한 헌신이라 생각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국회를 떠난 뒤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불평등 해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같은 뜻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원팀’일 때 가장 빛난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날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로 떠오른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서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윤 총장의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지지율이 바람 같은 것이어서 언제 또 갈지 모른다. 검찰개혁이라고 하는 시대적 대의에 좀 더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 윤석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구태정치를 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해주시면 우리 국민과 국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를 나서던 이낙연 대표는 이 지사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묻자 “‘국회까지 와줘서 고맙다. 그간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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