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3기 새도시 예정 부지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이 부랴부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들고나왔다. 21대 국회 들어 몇 건의 법안만 발의돼 있을 뿐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지자 후순위로 미뤄뒀던 법안을 급하게 꺼내든 모양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3기 새도시 투기 의혹 사건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 정부 정책 집행하는 공공기관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가 드러난 사건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공직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는 계기로 삼겠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공직자와 공공기관 전반의 부패방지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국회에 제출된 뒤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번번이 실망스러운 모습 보였지만 이번에는 결론을 내겠다”며 “국민의힘도 이번 사건을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고 공공기관 부패 척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직자 투기이익환수법 등 3기 새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맞춤형 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이미 8년여 동안 국회가 손 놓고 있던 이해충돌방지법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우선돼야 된다고 본다. 단순히 투기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먼저 돼야 한다”며 “토지주택공사 투기 방지법은 특수 부분만 (규율)되는 것인데, 이것보다 포괄적으로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이기 때문에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들도 그동안 박덕흠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이해충돌 사례가 나왔는데, (이해충돌방지법은) 포괄적으로 자기 직무상 정보를 가지고 이해충돌과 어긋나는 행위가 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불거지자,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라는 명백한 범죄행위를 ‘공직 사회 전반의 이해충돌’ 문제로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국민권익위가 처음 국회에 제출한 뒤 8년여 동안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해충돌방지법은 모두 5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이들 법안은 지난달 24일에야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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