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셋째)와 참석자들이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죽음과 관련해 “변 하사를 다른 세상의 아픔 정도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해 달라”고 5일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 위원장은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가는 고인의 성정체성에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거부했다. 변희수 하사가 바랐던 것은 평범한 삶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응답은 차별과 혐오였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면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며 변 하사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어느 누구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사회이고, 모든 인간의 존엄을 지킬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들이 ‘퀴어축제’조차 머뭇거리고 부정적이기까지 한 현실은 또 다른 변희수들에게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평범한 삶 자체가 누군가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다. 정치가 지켜야 할 것은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가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고 일상의 지속”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취지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누군가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최소한의 보장을 하자는 게 차별금지법”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선 유일하게 박성민 최고위원이 변 전 하사를 언급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치는 본디 고귀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연대 실현을 기본소명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해져 온 이 문장을 꼭꼭 씹어보게 되는 날들”이라며 “내 앞에 버젓이 존재하는 시민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이처럼 여기는 사회적 방관이 지속됐다는 사실과 한 사람의 존엄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무거움 책임감이 마음을 짓누르는 나날”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혐오와 차별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정치는 사회적 연대 실현이라는 근본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 변희수 하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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