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세버스연대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4차 재난 지원금 지급 촉구 여의도 상경 총력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지원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를 주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논의 보류’를 선언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으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민 지급’에 완강하게 반대 중인 기획재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심상찮은 코로나 확산세에 ‘논의 이르다’ 판단
민주당은 지난해말부터 당 일각에서 제기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론과 공식적으로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모든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이낙연 대표는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민 지급론’에 힘을 실은 건 민주당에 좋지 않게 돌아간 4·7 보궐선거 판세였다. 한때 하루 1000명을 넘긴 신규 확진자 수가 1월초 400~500명대로 낮아진 것도 무관하지 않았다. 결국 이낙연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당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 전 추경안을 편성해 선별과 보편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더 긍정적인 답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선거용’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심상찮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점진적 감소세를 보이며 300명선을 오르내리던 확진자 수가 다시 400~500명선을 넘나들면서 당내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당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전국민 지급을 함께 논의하자고 밀어붙였는데 다시 안 좋아지고 있다. 좋아지길 기다리기에는 자영업자들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이번 추경에서는 빼고 가는 걸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민주당은 3차 재난지원금 때보다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더 넓게, 더 두텁게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 ‘넓게'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자는 것이고, ‘두텁게'는 현장의 고통에 근접하게 지원하자는 것이다. 오늘 저녁 (고위 당·정·청에) 약간 싸울 준비를 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경제부총리 의견이 최종 결론 될 수 없어”
당·정 간 이견이 없는 ‘피해업종 선별 지원’에 집중하기로 한만큼 추경 편성에는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과 손실보상제 입법을 둘러싼 당·정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민주당이 여전히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소비진작용 재난지원금 지급은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안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 발언은 ‘코로나 19가 안정되면 전국민 지원을 하겠다’던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선별 지원액을 먼저 편성한 뒤 방역상황이 안정되면 곧장 다시 추경을 편성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전국민 지급’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거두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이 대표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손실보상제 입법 과정에서도 재정당국과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지급 대상과 액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대표는 “예산 편성에선 경제부총리 의견이 매우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