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을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도 ‘지명 철회’ 요구와는 선을 긋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발언의) 전체 맥락을 봐달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변 후보자의 ‘구의역 발언’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무마가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맞는 발언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후보자 자질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그는 “지명 철회까지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단순히 엄호하는 차원으로 지나갈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 개인 소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안에선 변 후보자 발언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속기록에 나타난 회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 전체 맥락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나 딱 잘못 들으면 그것이 다인 양 논란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보여온 주거 문제와 도시 재생에 대한 의지와 철학을 보면 굉장히 훌륭한 후보자”라고 추켜세웠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국민 여러분의 많은 비판 있어서 후보자 본인도 사과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어떤 계제에서 어떤 맥락에서 발언이 나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원과 청년전태일, 서울청년진보당 회원들이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때 구의역 김군 비하 발언과 관련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주 공개한 2016년 6월30일치 에스에이치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회의록을 보면, 변 후보자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며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는 중이다. 사장이 있었으면 두, 세 번 잘렸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도 했다.
노동계는 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지회,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청년전태일 등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모욕한 변 내정자는 즉각 장관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