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감식안’을 인정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전북 남원 출신의 북한전문가로 민주당과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들어온 그는 ‘전문성’은 몰라도 서울시장 후보에게 필요한 ‘명망’이나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서울시장 후보감’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5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김 교수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뉴페이스’가 경선에 나와 선거의 흥행과 관심을 끌어야 한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후보 기준’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안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이달 안으로 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민이 길어진 데 대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연이 있는 만큼, 안 대표의 출마 여부가 가장 큰 변수였는데 사실상 출마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아 막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루아침에 판도가 바뀌는 일이 흔해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비유되곤 하는 정치권에서 “두 달 전 이야기가 아직도 유효하냐”는 의견도 물론 있습니다. 비대위 관계자는 “두 달 전이면 김 교수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여러 인사에게 김 위원장이 두루 의사를 묻고 다니던 때다. 당시에는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도 거의 없었다. 많은 후보자가 나오면 경선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실제 김 위원장이 그 즈음 국민의힘 초선인 김웅·윤희숙 의원을 눈여겨 보았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김 교수가 고향이 호남인 데다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 등은 중도 확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후보를 원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의 이력을 보면 김 위원장이 어떤 인물을 ‘서울시장감’으로 원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전북 남원 출신인 김 교수는 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북한정치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국민의당 통일위원장을 거쳐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정책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안철수계로 분류돼왔습니다. 이후 ‘반문재인연대’를 주장하며 올해 초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미래통합당 창당에 기여했고, 4·15 총선 때는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를 하면서부터 돈독한 신뢰 관계를 쌓아온 김 교수가 리버럴과 중도 정당을 두루 거쳐 확장성이 높다는 점, 정권 저격수 구실을 하며 현안을 꿰뚫는 시각과 대여 전투력을 갖췄다는 점을 높게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시기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했던 다른 초선 의원들 역시 참신성과 확장성이란 발탁 기준에 부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지금도 다양한 후보군을 접촉하고 있다. 낙점한다는 개념보다는 후보군을 늘리는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기성 정치를 불신하는 서울시민들은 새로운 얼굴에 새 비전을 제시하는 시장을 선호할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그런 사람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았다고 당의 후보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진퇴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어떤 후보를 통해, 어떤 비전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김종인의 최종 낙점을 받을 ‘그런 사람’은 누가 될까요?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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