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민의힘이 6일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가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 기록 등을 100차례 넘게 무단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법조항을 근거로 대며 김 전 차관 출입국 정보 조회가 수사를 위한 적법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가 일선 공무원을 동원해 공직과 관련 없는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학의 전 차관의 실시간 출국 정보 등을 100여 차례 이상 불법으로 뒤졌다”며 “법무부 직원의 불법 사찰 내용을 공개하고 관련 서류 일체를 대검찰청에 넘겨 전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한 제보자가 이런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보해 왔다. 제보자를 공인신고자로 보호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이런 정보 조회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중요 정보통신망 가운데 하나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을 불법으로 이용한 것만으로도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친자 관련 주민등록등본을 열람했다고 공무원 세 명이 실형을 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보자는 특검을 원했지만, 특검 도입을 위해서는 여당 동의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소요된다”며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서라도 우선 긴급하게 검찰에 서류 일체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체적인 사찰 정황도 함께 공개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처(2019년 3월23일)가 있기 전인 2019년 3월19~20일, 복수의 법무부 직원들이 김 전 차관의 실시간 출국 및 출국금지 요청 정보를 177회나 조회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이전에 공무원 10명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했다”며 “이들의 단체대화방을 보면 ‘그 사이 출국한 건 아니겠죠’ ‘국내에 있습니다’ ‘출국 기록 없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전 직원을 동원한 사찰이 계속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불법 사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019년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이 좌표 찍은 한 민간인을 대통령이 미워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법 사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국민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수사와 기소, 재판을 거쳐야 법치국가”라며 “왜 법무부 일선 공무원들이 평상시 반복된 교육을 통해서 명백히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는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는지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학의 전 차관을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수사는 적법 절차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고, 특히 민주 국가에서 적법 절차를 어기는 과정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
추미애 장관은 세평에 의해 작성된 문서도 사찰이라고 규정하는데, 오늘 저희가 공개해 드린 내용이야말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불법사찰”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처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당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도 보내왔는데, 요청서에 법령이 요구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장 직인이 찍혀있지 않고, 사건번호 역시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번호였다는 것이다. 출국금지는 형사 사건의 피의자에게만 할 수 있는데,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번호로는 대상자를 피의자로 특정할 수 없다. 이에 국민의힘은 긴급 출국금지 처분에 대해서도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전 수석이었고, 법무부 장관은 박상기 전 장관, 차관은 김오수 전 차관이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중대한 범죄혐의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던 김 전 차관의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 불출석을 계기로 김 전 차관의 출국 여부와 관련한 우려 섞인 기사가 연일 수차례에 걸쳐 보도됐다”며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한 출국 금지'(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2항)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제1항) 김학의 전 차관의 출입국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돼있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게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이다. 김 전 차관의 국외도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적법한 출국금지를 위해 출입국 정보를 조회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어 “김 전 차관의 야간 해외출국 시도 사실이 알려진 직후 관계기관으로부터 긴급출국금지요청서가 접수돼 법무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고려하여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노현웅 장나래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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