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에서
살아 돌아온 윤석열 총장에게 대중의 시선이 온통 쏠리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쪽의 심사는 복잡해 보인다. 당내 후보군과 대비로 인물난만 부각되는 데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갈 길 바쁜 입장에선 ‘추-윤 대립’이 여론을 잠식하는 ‘이슈 블랙홀’이 되는 것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등장하고 주목을 받아도 모자랄 시점에 윤 총장만 문재인 정부의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다”며 “실제 정치에 참여할지도 모르는 윤 총장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에 참여할지도 확실치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반문재인 정서’ 결집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상황 자체가 마뜩잖다는 태도다.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가 윤 총장의 ‘정치 불참’을 요구한 것에서도 이런 정서가 엿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윤 총장이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야권에서 영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며 답을 흐렸다.
정부·여당이 ‘윤 총장 찍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펴는 것과 별개로, ‘윤석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곤혹스럽다는 태도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대화방에서도 “윤 총장을 엄호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윤 총장과는 거리를 두고 우리의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또 당초 이번 주로 예정했던 ‘부동산 정책’ 발표도 잠정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윤 대립’이라는 ‘이슈 블랙홀’ 탓에, 당내 최대 현안인 보궐선거 정책 이슈가 뒤로 밀리는 셈이다.
문제는 ‘윤석열 현상’이 언제 꺼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중진 의원은 “현재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1~3위권 대선 후보는 나름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는데, 윤석열 총장은 ‘공정성’과 ‘정의’를 표상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지친 민심이 상당 기간 정치인 윤석열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전국 1011명에게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윤 총장은 24.5%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같은 기관이 10월 넷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15.1%)보다 9.1%포인트 올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5%), 이재명 경기도지사(19.1%)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주자군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4.5%, 유승민 전 의원은 2.4%에 불과했다.
그러나 야권 대표 정치인처럼 부각되는 ‘윤석열 현상’에 대한 당내 거부감은 여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윤 총장 입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제 정책과 민생 해결을 위한 부동산 정책 같은 화두가 나오는 게 상상 되느냐”며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진입해 양 진영으로의 결집 효과가 나타나면 거품도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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