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면서 여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를 올해 안에 출범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국민의힘은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 속행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 3차 회의를 열어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2명) 압축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천위는 더 이상 회의는 없다며 활동 종료도 선언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 출범을 막기 위한 반개혁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헌법상 보장된 입법권을 정당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25일 법안소위를 개최하여 여야가 발의한 모든 법을 병합 심사하고 합리적 안을 도출해 정기국회 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을 막는 반개혁 세력에 단호히 대응하겠다. 연내 공수처 출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야당 쪽 추천위원들이 제출 자료 확인 작업을 반복하고, 본인들이 추천한 후보자들의 자료도 추가 요구하는 등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점을 비판했다. 백 의원은 “최종 심사대상인 10명의 후보자가 아니라 새로운 후보에 대해 심사 실시를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시간을 끌면서 선정하지 않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인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천위가 활동을 종료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 추천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당 추천을 포기하거나 정당 추천을 유지하면서 다른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들이 정당 추천의 전횡을 제어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 제도로는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당은 “여당의 법치주의 파괴 행태”라고 지적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해서 일방적으로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상식에 위반된 얘기”라고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자기들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수처장을 진행(임명)하기 위해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법을 또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참 후안무치”라며 “국민의 분노가 목까지 차오르고 있다. 이런 법치주의 파괴, 수사기관의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일을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추천위 소속이던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언급하며 “민주당 쪽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하는 것 같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답정너 공수처장’ 말고 ‘중립성 검증된 공수처장’을 요구한다”며 “결국 공수처는 말 안 듣는 공직자, 야당 인사들만 손보는 ‘정권 보위부’란 점만 명명백백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 추천위 회의를 속행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문표 의원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수처장 후보자가) 압축 안 된 것을 명분 삼아 지연술이라며 일방적으로 법을 또 만들겠다면 이건 국회를 무시하는 법을 깡그리 채 무시하고 그냥 일방 독주로 가자는 것”이라며 “새롭게 저희가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김미나 노지원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