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 참석 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가 어디라고 빨갱이가 찾아왔느냐.” “더 이상 보수를 망치지 마라.”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와 보수 유튜버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김 위원장 취임 뒤 가시화한 ‘극우와의 거리두기’와 관련해 ‘아스팔트 우파’들이 누적된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했다. 소란의 조짐은 김 위원장 일행이 도착하고 행사장에 “따님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다짐한다”는 개식사가 울려 퍼지는 순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추도사를 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온갖 폄훼와 모욕이 가해졌지만 박정희 시대는 우리나라를 넘어 20세기 세계사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으며, 지금 이 순간도 우리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그 시대의 축적에 의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권력자들은 이 빛나는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거짓과 위선, 분열과 선동으로 나라의 미래를 갉아먹는 정권은 끝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전 의장의 추도사가 끝나자 주변에서는 박수가 나왔지만,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무표정하게 침묵을 지켰다.
행사 내내 이어진 긴장감은 행사가 끝난 뒤 떠들썩한 소동으로 번졌다. 김 위원장이 퇴장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보수 유튜버들이 김 위원장을 따라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달라” “사진 찍으러 왔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빨갱이가 왜 왔느냐?” “보수를 망치지 말라”는 고함이 뒤따랐다. 김 위원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사법 절차가 끝난 뒤 대국민사과를 하겠다고 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과거를 명확하게 청산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 재판을 기다려보자고 했었는데, (대국민사과를) 연내에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