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2일 오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3일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광주문화방송(MBC) 사장 출신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강 전 수석 로비용 자금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 증언한 것과 관련해 “(전달자로 지목된) 이강세씨를 지난해 7월 28일 청와대에서 만났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강 전 수석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해 7월 28일 청와대에서) 이강세씨를 한 20여분 만난 것 같다. 그 전날 이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통화를 했더니 ‘한 번 보고싶다’, ‘그러면 내일 청와대로 들어올 수 있냐’, ‘올 수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모처럼 만났다”고 만남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5000만원 수수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청와대에는 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안 돼 있다”며 “청와대 직원, 하다 못해 수석들도 출퇴근 때 가방 검사도 받고 들어올 때는 반드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강세 대표 면전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전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전화하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청와대는 늘 만나기 때문에 그렇게 전화하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도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요청을 받은 것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리고 “검찰 측에서 라임 사건으로 소명 요청을 해 가능한 날짜를 조율 중”이라며 “이를 계기로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부·여권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의혹을 남기지 말라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말했는데, 그 말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수많은 정권 실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검찰이 수사를 방기하는 마당에 철저한 수사를 말로만 독촉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추미애 장관이 임명되고 얼마 안 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시켰다”며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단 같은 것을 만들어 하는 안이 있고, 그게 안 됐을 경우는 특검을 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라임과 옵티머스에서 이 정권을 책임지고 있거나 또 책임졌던 실세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권력형 대형 게이트가 될 수 있다”며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며 기존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위’를 ‘라임·옵티머스 권력비리 게이트 특위’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성일종 의원을 위원 명단에 추가하고, 4선인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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