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신임 당대표(왼쪽)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실을 찾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기자와 취재원으로 인연을 맺은 정치권 선후배가 40여년 만에 거대 양당 대표로 마주한 것이다. 축하와 덕담으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이들은 원구성 등 현안을 두고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 있는 통합당 비대위원장 회의실을 찾은 이 대표는 주먹 인사 뒤 머리를 깊이 숙여 김 위원장에게 인사했다. 김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하며 “축하드린다. 앞으로 원만하게 정치를 잘 풀어가도록 노력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이 대표는 “제가 대표님을 모신 게 햇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었는데 잘 지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정치 선배를 예우했다.
이날 두 대표는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 선별지원 등 정책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적 여파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4차 추경을 빨리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겪는 사람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빨리해야겠다는 게 통합당 입장”이라며 “여야가 큰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말씀대로 4차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와 관련된 당정협의 진행되고 있는데, 4차 추경을 하는 쪽으로 결론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두 대표의 ‘꿀 캐미’가 마냥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임위원장 재배분 등 원구성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발언 태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4·15 총선 이후 의석 격차가 엄청나게 많이 났기 때문에 국회 운영이 염려된다”며 “원구성 과정에 과거에 지켜오던 관행이 깨져버리는 바람에 의회 모습이 종전과는 다른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치를 촉구하면서 여당의 독주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회 문제는 아쉽지만, 올해 개원 협상에서 두세달간 겪은 우여곡절을 반복할 겨를이 없다”며 “워낙 위기이니 집권 여당이 책임 있게 대처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일하는 국회’의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오만한 여당’ 프레임을 우회한 셈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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