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문제가 불거진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40대 초반에 (키가) 180cm,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이라고 짚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명백한 성추행 행위를 한 가해자를 옹호한 발언이라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성추행 가해자로 징계 받은 외교관의 향후 처리 계획을 묻는 사회자의 말에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라며 “우리나라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도 자기 부인(배우자를 잘못 표현)이 남성으로 같이 동반해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해 “제 아내도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여성 직원으로 오해하고 있던데 그게 아니라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가해 남성이 여성이 아닌 ‘남성’한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송 의원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와 친한 사이였다는 것”이라며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건데… (가해자가) 친했다고 주장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이 발언 말미에 “그 (피해)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가 뉴질랜드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언급하면서 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했다는 식으로 가해자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고 성추행 행위를 가볍게 묘사한 것이 “성추행을 옹호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이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며 “상대가 원하지 않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행한 폭력적인 행위”라고 꼬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조 대변인은 송 의원이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도 송 의원의 발언에 비판을 보탰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성폭력 문제는 이성간, 동성간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체 어느 누가 친하다고 배를 치고, 엉덩이를 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문화의 차이를 운운하며, 마치 뉴질랜드의 피해자가 오해했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은 ‘가해자 중심주의’”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해자에 대한 향후 처분과 관련해 그가 “(이미) 경고 처분을 받았고 나중에 (외교부가) 감봉 처분을 했다”며 뉴질랜드로의 송환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일단 가해자가 면책특권으로 보호 받는 외교관 신분이고 국내에 들어와 부 차원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그를 다시 뉴질랜드로 돌려 보내 처벌받게 할 순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한 발언과 관련해 송 의원은 “가해자로 지목된 외교관의 주장을 설명했을 뿐이다”라며 “남자끼리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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